로이터 "러 경제 활용해 군사 작전 집중 의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전격 교체한다. 2년 3개월째 이어지는 대(對)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기간 중 군 지휘 체계에 가장 큰 변화를 줬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는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성과를 거두는 와중에 이뤄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1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자리에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를 앉히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는 경제부 장관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공식 취임하면서 새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국방부·내무부·외무부·비상사태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는 부처 수장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러시아 상원은 13일과 14일 푸틴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들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쇼이구 장관은 2012년부터 약 12년간 러시아 국방부를 이끈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러시아군의 특별군사작전이 한창인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국방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는 데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러시아군은 최근 전황에서 교착을 뚫어내고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를 신임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과 관련,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더욱 힘을 쏟으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쇼이구 전 장관은 최근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금되면서 입지가 불안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앞서 특별군사작전 초기 러시아 공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 이후부터 쇼이구 전 장관이 많은 압박을 받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방장관에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가 후보로 지명된 것에 대해 "오늘날 전장에서는 '혁신'에 더 개방적인 사람이 승리한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현재 러시아의 상황이 군과 사법당국의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4%를 차지했던 1980년대 중반 옛 소련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이 분야 지출을 국가 경제 전반에 더욱 부합하게 해줄 민간인을 국방장관 후보로 올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쇼이구 전 장관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될 예정이다. 러시아의 국방·안보 분야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국가안보회의는 푸틴 대통령이 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부의장을 맡고 관련 부처 수장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서기는 형식상 국방장관보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쇼이구 전 장관은 체면을 지킨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