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 열세 與 대응책 전무···'거부권 정국' 반복될 듯
대통령 거부권 반복도 부담···14번으로 역대 최다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 상병 특검법'과 '한동훈·김건희 특검법' 등을 잇달아 발의할 예정이다.
새 국회가 '특검 정국'으로 시동을 걸게 되면서 여야 '강 대 강' 충돌로 인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맞서더라도 범야권 192석에 여당 이탈표 8석만 더하면 이마저도 무력화돼 여야 모두 내부 결속을 강조하며 대결 정치가 심화할 수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전날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추진할 뜻을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2대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을 당론 발의해서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진실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공언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전날 "여섯 야당에 제안한다. 채 해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만들자"며 "조국혁신당은 22대 첫 의총에서 당론으로 채택하겠다. 다른 야당도 당론으로 채택하시길 제안한다"고 힘을 실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4·10 총선 과정에서 자체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7일 당선자 총회 후 기자들에게 "오는 30일 박은정 당선인이 당론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직접 접수한다"고 밝혔다. 특검을 도입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고발사주' 연루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혁신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 전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상당히 신빙성 있는 부분"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조국혁신당 의원뿐만 아니라 개혁신당과도 뜻을 모은다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통과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부결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도 재발의 대기 중에 있다.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을 망라한 '종합 특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술자리 회유 의혹 특검법' 등도 발의가 예상된다.
이처럼 거대 야당이 '특검법 공세'를 벼르며 22대 국회 개원을 기다리고 있지만, 의석수에서 열세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외에 대응할 방안이 사실상 없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의 단순한 재판을 넘어 확장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며 "여야는 끊임없이 대화, 타협, 협치의 정신으로 22대 국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거대 야권의 자제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192석에 8석의 여당 이탈표만 더하면 이마저도 무력화된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도 부담이다.
10번째 거부권이었던 채 상병 특검법에 이어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마지막날 전세사기특별법 등 4개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4번의 거부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대통령 중 역대 최다 횟수를 갱신하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진행될수록 채 상병 사건 의혹에 윤 대통령 본인이 개입한 의혹이 조금씩 드러나는 점은 '이해충돌금지'라는 부분에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발표한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한계' 보고서에서 "이해충돌금지원칙은 공공성과 사사(私事)성이 충돌할 때 공공성이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헌법적으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