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첨단소재 투자로 사업구조 재편 나서
"지금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성장 기회 있을것"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불황이 깊어지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주력이었던 중저가 범용 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및 첨단 소재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올 1분기 R&D 비용을 전반적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1분기 R&D 비용으로 271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롯데케미칼은 전년동기 대비 약 50억원 늘어난 347억원, 금호석유화학은 1억원 늘어난 128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한화솔루션은 100억원 가량 줄어든 535억원을 책정했지만 매출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은 3.06%에서 3.40%로 늘었다.
대내외 경기 침체와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지만, 과감한 투자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친환경 제품을 앞세운 스페셜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으로 재편했다. 한화솔루션은 케이블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금호석화는 타이어 소재 SSBR(합성고무)의 생산 능력을 늘리면서 재활용 소재를 투입한 친환경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도 석화업계 지원 방안을 내놨다. 이달 말까지였던 나프타·LPG(액화석유가스) 제조용 원유 및 나프타와 LPG에 대한 관세율 0% 적용과 나프타 조정관세 미 부과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또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의 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업체 분류에 대한 유권해석을 신속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못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기회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2024 아시아석유화학회의(APIC)'에서 "정확한 시기를 거론하기는 어려우나 NCC 가동률이 올해 안에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업계가 지금은 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 부회장은 올해 1월 열린 석유화학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범용제품은 올해도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며 "고부가화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나 니치마켓을 개발하는 방향으로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