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탈표 단속 총력…野, 재표결 화력 집중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여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수사 과정이 대통령실, 국방부 등 외압으로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특검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임박하면서 여야는 특검법 재의결을 놓고 또 한 차례 맞붙을 전망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임 전 사단장 '불송치(무혐의)' 결정 등 경찰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날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 임 전 사단장이 송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명분을 얻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거대 야당이 정쟁을 위해 강행 처리한 위헌적인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여야 합의도 생략되고 위헌투성이인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논의 결과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피의자 9명 중 6명에 대해서는 송치 의견을,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의견을 낸 바 있다. 심의위의 결정은 수사 결과에 귀속되지 않는 권고 수준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8일 수심위 논의를 그대로 반영해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대신 7여단장, 제11·7포병대대장 등 6명에 대해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
야당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특검법 추진 명분이 확고해졌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는 이날 "해병대원 특검법을 거부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께서 윤석열 대통령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도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찰의 '임성근 지키기'를 지적하며 "수사가 진행 중이니 기다려보자는 말로 빠져나갔던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이제 진짜 답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는 본격화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국민의힘에서도 요청이 있었고, 위헌성이 더 강화된 특검법안이 넘어왔다"며 "재의 요구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부권 행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지난 5일 정부로 이송되면서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현재 윤 대통령은 8~11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등 해외 순방에 나선 상황이다. 때문에 귀국 후 상황을 보고받은 뒤인 15~19일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빠른 시일 내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언급을 고려할 때 순방 시 전자서명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춰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전투 태세'에 돌입할 전망이다. 여당은 우선 이탈표 단속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법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여당 내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가능하다. 반면 야당은 특검법 재표결과 함께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으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