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올해 들어 집값과 거래량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15주째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5월 기준 5182건으로 5개월 연속 늘었다.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6월 거래량은 5000건에 육박한다. 신고되지 않은 거래를 감안하면 6000건으로 올해 최다 거래량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사실은 주택담보대출 통계에서도 엿보인다. 6월 말 기준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전달보다 5조8466억원 늘었다. 이달 기준 가계대출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부동산 시장 ‘돈맥경화’에 피로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 움직임은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지난 2023년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와 준공은 연평균 대비 70%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국 연준과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높은 공사비로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데 금리 인하가 현실화된 뒤에는 늦으니 ‘집값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격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수요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모멘텀인 금리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으로 삼는 미국 기준금리도 소비자물가 변동에 의해 오는 9월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을 뿐, 언제 단행할지는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엄밀하게는 아직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기존에도 인기 있었던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지역들은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 기미가 없다. 오히려 미분양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도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에 구원투수가 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2000년대 말 리먼사태 때도 금리가 5%대로 올랐다가 2%대로 하락했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0년대 중반까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불투명성이 짙은 상황에서 전적으로 기대심리에 의지한 주택 투자 결정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할 모멘텀 없이 군중심리만으로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년 전과 같은 부동산 투기 방지와 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급 안정화에 대한 개런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영끌’이 필요 없을 만큼 충분히 공급이 이뤄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발언은 원론적으로 맞다.
하지만 국민에게 주는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250만호 주택공급 공약 이행 상황을 보면 실질적인 공급 확대보다는 조삼모사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이 주택 상승 초입단계이고 투기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음에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등 안이한 현실 인식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실시하기로 한 ‘스트레스 DSR’도 석연찮은 이유로 갑자기 연기, 그동안 집값 안정을 외쳐왔던 정부가 오히려 집값 상승과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쩌겠나. 소비자들 스스로 바짝 정신을 차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