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재 전 日 선제적 조치에 의의 둬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대한 논란이 여야 간 정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야당은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고 비판하며 진상 파악을 위한 긴급 외교통일위원회 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
30일 국회 외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힘이 개회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야당 단독으로 개회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진 일본 나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윤 정부의 동의로 가능했다"며 "정부가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해 역사적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SNS에 "(윤 정부의) '국회 무시'가 개탄스럽다"며 "국회는 지난 25일 재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불과 사흘 만에 국회 결의안을 무시하고 정부가 찬성해 줬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는 앞서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전원 동의 방식으로 결정한 것에 따른 것이다. 당초 사도광산은 조선인 강제 동원 문제로 유네스코 유산에 등록되지 못했다. 그러나 윤 정부가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고 현장에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한 전시물을 이미 설치한 것에 동의하며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특히 일본이 설치하기로 한 전시물은 사도광산에서 2km나 떨어져 있으며 '강제동원'이라는 말이 포함되지 않아 '구색 맞추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동조한 윤 정부가 일본에 '굴욕 외교'를 자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표현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정부에 소명을 요청했다. 국회 관계자는 "(우 의장이) 일본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성 표현이 빠진 것과 관련해 정부에 확인을 요청했다"며 "경위를 파악한 뒤 우 의장이 공식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제동원' 표현 삭제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등재 이전에 일본 정부로부터 진전된 선제적 조치를 끌어낸 점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전시 내용을 통해 강제 노역에 관한 역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 현지 언론이 한일 정부가 사전에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