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신세계‧현대 일제히 허리띠 졸라매고 출구전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지난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재개됐지만, 면세시장은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8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이용객의 평균 소비액은 184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무려 34.5%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업계 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17조8164억원) 대비 22.7%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5조원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쪼그라든 수준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와 보따리상(다이궁)의 ‘싹쓸이’ 쇼핑이 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부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해외 여행지에서도 씀씀이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내 소매판매는 2022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트렌드가 쇼핑에서 체험 위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다. BC카드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결제 업종별 매출 비중은 쇼핑이 79%로 압도적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8%로 크게 줄었다. 대신 식음료 매출 비중이 15%에서 26%로 늘었고, 노래방, 즉석사진관 등의 매출이 성장했다.
국내 주요 면세점 4사는 침체가 길어지는 면세점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맞춤 전략 수립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이달 일부 본사 직원과 시내영업점 영업사원 20여명을 공항 인도장 근무로 전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또 집중 근무시간을 지정해 해당 시간 동안 흡연, 업무 목적 외 티타임을 금지한다. 앞서 계획된 투자는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전면 재검토하고, 모든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50% 삭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적자개선을 위해 롯데면세점은 국내 인터넷면세점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비회원 구매를 제한하는 대신 회원 고객혜택과 브랜드 유치, 사업 다각화에 힘쓴다. 한국공항공사와 협력해 출국 1시간 전까지 온라인으로 면세 쇼핑을 하면 인도장 방문 없이 김포, 김해, 제주공항점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 해외 롯데면세점 매장에서 전 상품을 직소싱해 판매하는 온라인 몰을 운영하면서 제품을 다양화한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회복이 예상보다 느린 데 더해 중국 다이궁과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가 늘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은 매출 상승도 기대만큼 높지 않아 아시아 3대 공항인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 공항의 사업에 집중한다. 지난해 기준 3개 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1억5000만명 이상이다.
특히 인천공항은 지난해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매장(DF1·DF2 사업권), 패션·액세서리·부티크(DF3·DF4 사업권) 매장을 낙찰 받으면서 올 연말까지 꾸준히 공항 내 면세 점포 개점을 이어간다. 지난 3월에는 신라면세점만의 공항 단독 브랜드 포함 93개 브랜드를 갖춘 화장품·향수 매장을 열었고, 이달에는 제1 여객 터미널 서편에 133평 규모 주류·담배·식품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롯데·신라 양강과 달리 후발주자로서 성장에 매진하고 있다. 면세 업황 전체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인천공항 매장 운영에 전념하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매장별 공사 일정과 계획에 따라 인천공항 내 매장을 차례로 열고 있고, 내년 초면 신규 사업권 매장 대부분이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객단가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뷰티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향수와 명품 뷰티 팝업 등 유치에 적극 나선다.
올해 사명을 변경한 현대면세점 역시 마케팅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한다. 특히 점포별 특색에 맞는 명품 및 K패션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서 명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인천공항점에는 이달 제1여객터미널에는 펜디를, 제2여객터미널에는 구찌 부티크를 오픈하고, 무역센터점에는 올해 내 생로랑, 쇼파드, 펜디, 발렌시아가 등을 입점시킨다.
업계 관계자는 “좋지 않은 업황에 집중하기 보다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혁신하면서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국내‧외 사업을 다각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사가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