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경제성장률 나란히 둔화…명분 커진 한은 기준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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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경제성장률 나란히 둔화…명분 커진 한은 기준금리 인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8.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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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월' 지켜본 한은...10월 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
부동산·환율 등 변수..."DSR 2단계 지켜본 뒤 결정할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통화정책 전환(피벗)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에 접어든 반면 지난 2분기 역성장에 빠지면서 금리인하 명분도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다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원달러 환율 등이 더 불안해질 경우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연준은 7월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p)을 밟았지만, 이후 9·11·12월과 올해 1·3·5·6월에 이어 이번까지 여덟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동결 직후 기자 회견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기대 경로에 맞춰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지표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더라도 고용 상황, 물가·고용 관련 두 위험 사이의 균형 등 경제 데이터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의 9월 정책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한은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12연속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며 본격적 금리 인하 논의를 시사했다. 같은 날 금통위도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이 시작된 지 거의 3년 만에 한은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나온 금리 인하 검토에 대한 언급이지만, 실제 피벗까지는 물가 외 금융·외환 등의 마지막 변수가 남아있다.

이 총재도 "(방향 전환 상황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 총재뿐 아니라 다른 금통위원들도 물가에 대해서는 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 수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불안한 환율과 가계부채, 부동산 등을 피벗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한 위원은 "물가 측면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위험은 상당 폭 낮아졌지만, 주택가격 상승 폭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며 "향후 물가와 주택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며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점이 전제돼야 한다"며 "첫째는 외환시장의 안정으로,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 머무르는 것은 경계할 부분이다. 둘째, 금리 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의 이런 분위기로 미뤄 전문가들도 한은이 당장 이달 22일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거의 1400원에 이를 만큼 높은 상황인데, 절대 수준보다 사실 변동성이 더 큰 문제"라며 "만약 금리를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지금도 역대 최대 수준(2.00%p)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확대되면 원화 환율 시장이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준이 9월 이후 한 두차례, 한은은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추고 해를 넘기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은이 오는 9월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가계부채나 부동산 등이 다소 진정되는지 살펴본 뒤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계속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9월) 이후 가계대출 흐름이 한은의 인하 시점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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