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청자 수 감소 등 기존 불확실성도 여전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홈쇼핑 업계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TV 시청자 수 감소 및 송출수수료 상승 부담’이라는 기존 변수에 최근 예기치 못한 ‘티메프 사태 여진’까지 더해진 이른바 ‘리스크 삼각파도’를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복합위기 파고를 넘기 위해 대안·묘수 마련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5026억원)보다 34.9%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유행 시기인 2020년 744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타다가 5000억원대가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기간 전체 매출액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방송 매출은 전년 보다 5.9% 쪼그라든 2조7289억원이다. 취급액 또한 20조2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7.1% 떨어졌다. 취급고는 모든 플랫폼에서 판매한 상품 가격을 더한 총액이다.
홈쇼핑 업황 부진의 핵심 요인은 TV 시청자 감소다. 대부분 콘텐츠 소비와 생활이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TV의 위상과 영향력은 예전만 못해졌다.
게다가 채널 자릿세 개념인 ‘송출수수료’도 매년 오름세를 나타내며 사업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만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의 71%에 이른다. 10만원짜리 물건을 판매하면 7000원 가량이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티메프 판매금 미지불 사태에 따른 파장이 홈쇼핑 산업에도 미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국회의원(초선·비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티메프 사태 관련 홈쇼핑 대응방안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 피해액이 135억원으로 추산됐다.
대부분 피해는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언터파크쇼핑·AK몰 4개사에서 판매가 이뤄지던 식품·가전·의류 등에서 나왔다. 향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커질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홈쇼핑업계는 겹겹이 쌓이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AI(인공지능)을 통한 운영 효율화, 온라인몰 강화, 멀티채널 활성화, 시즌 행사 기획, 신사업 개척 등을 꾀하고 있다.
GS샵은 지난달부터 생성형 AI 기술로 구현한 스튜디오를 본격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무대 제작 시간을 단축한 결과, 지난달에만 AI 스튜디오를 활용한 방송만 총 160여회 실시했다. 향후 R&D를 통해 ‘AI 스튜디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브랜딩 역량을 앞세워 자체 온라인몰에 프리미엄 브랜드 입점도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멀티채널’ 전략을 가동해 오는 11일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의 신제품을 선보인다. 롯데홈쇼핑은 TV, 모바일, SNS, 유튜브 등 차별화 상품을 다양한 판매채널에서 내놓으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원 소싱 멀티채널’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자체 캐릭터 벨리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유통사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도 구축했다.
CJ온스타일은 신학기 수요를 잡기 위해 오는 11일까지 ‘퍼시스그룹 신학기위크 시즌2’ 행사를운영한다. 모바일 라이브 방송과 숏츠 콘텐츠를 융복합한 캠페인 ‘올인라이브’로 전개되는 이번 기획전은 차별화된 소비자 혜택과 상품을 대대적으로 쏟아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TV 경쟁력 악화와 티메프 사태 파장도 홈쇼핑 산업에 번지면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셀러를 위한 상생·협력도 중요해져 이러한 부분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