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발달로 처벌강화로는 부족… 교육 측면서 종합적 접근 필요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사람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텔레그램과 같은 익명 SNS를 통해 큰 피해를 낳자, 정부와 국회가 청소년일지라도 처벌 수위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중심의 재제로는 날로 늘어가는 범죄를 막기 힘들고 성범죄 관련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이어진 단속에도 청소년들의 도박 및 마약, 딥페이크 성범죄가 끊이지 않아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정은 이날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보고를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는 사람들,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에 촉법소년 연령인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입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지난 27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타인 정보를 전송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딥페이크 음란물 가해 현황 등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다음날 열린 브리핑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통해 최대 퇴학까지 가능한 높은 수준의 징계를 펄 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차관은 “처벌 수위는 학폭위에서 정하는데, △지속성 △고의성 △피해 크기 △피해 회복 여부 등을 고려한다”며 “딥페이크 특성상 아주 고의적이고 피해가 클 가능성이 높아서 처벌 수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처벌 강화는 근본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딥페이크를 비롯해 도박·마약 등은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불문 인터넷에서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데다,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뒤쫒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자는 스마트폰 등으로 쉽게 사용하는 SNS·인터넷을 통해 범죄를 저질러도 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컨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23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초·중·고교 학생 9218명 중 사이버폭력 가해 유경험자는 19.3%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이버폭력을 행한 뒤 느끼는 심리상태에 대해 △정당한 행동이라 생각했음(31.4%) △아무런 느낌 없었음(27.5%) △흥미롭고 재밌었음(17.2%) 등으로 응답하며, 해당 사건에 대한 죄의식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가해 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심리는 성인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성인 응답자 7500명 중 사이버폭력 가해경험자는 2.2%에 불과했지만, 가해 후 심리상태에 대해 △당한 행동이라 생각했음(32.5%) △아무느낌 없었음(19.5%) △흥미롭고 재미있었음(18.1%) 등이라 응답했다.
노은정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각 국가에서 추진 및 시행 중인 딥페이크 관련 법률에서는 공통으로 딥페이크 콘텐츠에 ‘AI 생성물’ 표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런 조치가 얼마나 실효적일지는 의문”이라며 “AI 생성물 표기는 딥페이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뿐, 이것만으로 딥페이크 악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이용자가 딥페이크 콘테츠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과 딥페이크의 불법적인 사용은 범죄라는 사실에 대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역시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승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교육부는 학교 예방교육과 디지털 윤리 교육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이미 학교에서 꾸준히 해오던 교육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교사와 학교에 부담을 주는 방식의 예방책이다”이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예방 대책은 포괄적 성평등 교육의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해당 게시물들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며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지 않도록 관련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보미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지원서비스 중 대부분이 불법촬영물 등 삭제 지원이지만, 한정된 인력이 타 기관에 삭제·차단을 요청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재 타 기관을 통한 간접적으로 삭제를 지원하는 대신, 피해자지원센터에게 직접 삭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