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전세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악성임대인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자들이 또 다시 분노하고 있다.
1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45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건축왕' 남모씨(62)에 대한 피해자들의 항소심 결과 인천지법이 남씨에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법원은 1심에서 남씨에게 사기죄 법정최고형인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남씨의 여러 혐의 중 일부는 무죄도 선고됐다.
인천지검은 남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심리미진과 법리 오해 등을 근거로 상고한 상태다. 인천지검의 상고가 결정되기 직전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함께 분노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건과 별도로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 소유권을 확보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받는 수법으로 임차인 보증금 80억원을 가로챈 '빌라왕'이 징역 8년형을 받기도 했다.
전세사기의 경우 현재처럼 전셋값이 올라 갭투자가 성행하거나, 반대로 전셋값이 하락해 역전세가 발생해도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전세사기 관련 처벌은 최대 15년"이라며 "이 정도로는 전 국민이 당할 수 있는 전세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미약한 감이 있어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사기범죄 최대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확대하는 등 양형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오는 2025년 전체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나, 사기금액 기준(300억원)이 너무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건축왕 및 빌라왕 사건 피해금액을 감안하면 재판결과에 따라서는 강화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경우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일 뿐 예방책은 되지 못한다.
김효선 NH부동산 수석위원은 "관련 범죄자들의 경우 실형 강화도 중요하지만 채무를 변제하도록 의무화 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