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대갈등 조장 가능성 있어”… 국민연금 개혁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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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세대갈등 조장 가능성 있어”… 국민연금 개혁 ‘첩첩산중’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4.09.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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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 산정…“세대갈등 부추길 것”
높은 인상률에 50대 사회적 약자 체납 가능성도 있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정부가 고갈 위험성에 처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개혁안을 발표한 가운데 일부 연령층 반대는 몰론 국회 통과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4일 공개했다. 주요 골자는 그간 인상되지 않았던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40%까지 줄이려던 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하는 것이다. 또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을 차등화해 연금고갈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브리핑에서 예고한 개혁안으로도 이미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층 대부분의 반발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률 세대별 차등화 방안에 대한 공감도 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공감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자는 57.4%, '공감한다' 35.1%로 집계됐다.

특히 중장년인 40대와 50대에서 '공감하지 않는다' 응답률이 각각 71.1%, 66.9%로 높게 나타났고, 20대와 30대 역시 '공감한다' 응답률이 각각 37.4%, 35.4% 수준에 불과해 연금 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연금제도의 근간은 ‘세대 간 연대’와 ‘세대 내 소득재분배’이다. 세대별 차등보험료 인상은 이러한 연대를 훼손하고, 제도를 둘러싼 과장된 논란을 통해 형성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며 “노인의 안정된 노후와 청년세대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는 보장 수준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개혁 대신 재정 안정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활용해 제도를 손질한 모수개혁이 정부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제대로된 개혁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개혁 없이 모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기금 소진 시점을 이연시키는 과정에서도 세대간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저출산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소수인 청년층의 보험료로 다수의 노령층을 부양하는 형태의 현 연금제도 구조하에서는 모수를 어떻게 조정하더라도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모수조정뿐 아니라 세대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구조개혁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번 연금개혁 안이 재정 지속가능성 및 급여적정성 확보를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세대 내 연금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은 물론 연금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50대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674만6238명이다. 이중 최소 가입 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한 가입자는 30.8% 수준인 207만879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은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 △무급가족 종사자 △초단시간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으로 대표적인 연금 사각지대로 꼽힌다.

정부가 50대의 보험율 인상을 가장 높게 잡으면서 가입 기간 10년 미만의 형편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보험금 체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의 인상 없이 보험료율만 높이는 경우 저소득 지역가입자와 영세사업장의 가입 이탈이 가속화되고, 납부예외자나 체납자의 재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세대 내 연금급여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대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국민이 바라는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이란 국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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