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의료대란' 대한민국의 '인도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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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의료대란' 대한민국의 '인도적 위기'  
  • 조석근 기자
  • 승인 2024.09.04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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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정경부장
조석근 정경부장

서울 3분의 1 정도 면적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8월 기준 이 지역의 36개 병원 중 12개만이 가동 중이다. 가동률 33%. 개인병원을 의미하는 1차 의료기관들조차 40% 정도만 정상 운영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의대증원으로 열이 있는 대로 뻗친 전공의들이 모두 그만둔 탓일까. 

이 지역은 벌써 1년 가까이 기갑부대가 수시로 도심지를 포위하고 있다. 항공기 폭격은 물론 미사일과 로켓이 주요 시설을 타격한다. 국제 규범상 학교, 병원은 공습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벌써 4만여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죽었다. 부상자만 9만여명에 달한다. 파리 패럴림픽에 참가한 투포환 선수 파디 알디브는 비록 결승전에서 탈락했어도 당당히 말한다. "수많은 가자지구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동생, 조카 등 이미 17명의 가족이 희생당했다고 한다. 본인 역시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하반신이 마비된 지 십수년이다. 

병원과 위생시설의 파괴로 적절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 또는 불구가 된 사람들을 헤아릴 수조차 없다. 이를 '인도적 위기'라고 부른다. 전기도 물도 끊긴 곳에서 식량마저 부족하다. 그리고 작은 병에도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나마 가동 중인 병원들은 의약품과 연료 부족으로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이번엔 우리나라 얘기다. 28개월 영아가 응급실 11곳을 돌다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40대 남자는 머리를 다친 채 그를 받아줄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결국 구급차에서 사망했다. 한 임산부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가까스로 분만했다. 

의료시스템 붕괴로 인한 피해는 널리 알려진 정치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머리에 찢어진 상처를 붙들고 22곳의 병원을 전전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의 부친은 지방 응급실이 받아주지 않아 사설구급차로 서울 곳곳의 병원들을 헤맸다. 다행히 치료는 받았으나 병세 악화로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식들은 숨이 턱 막히게 만든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다. 누군가는 큰 교통사고로 또는 산업재해로, 강력범죄 피해로. 그런 권역의료센터마저 위태롭다. 한국이 전쟁 중인가. 왜 우리에게 이런 '인도적 위기'가 찾아오는 것인지, 전국민이 난민 체험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방법이 없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누군가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성묘길 예초기에 또는 벌이나 뱀에 상처를 입을 수도, 갑작스레 지병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응급실로 가야 하는데 그 당연했던, 너무 일상적이라 중요한 줄조차 몰랐던 우리 삶의 기초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 등 행정부 요인들은 지금도 전공의과 의료단체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비상진료체계는 원활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개혁'이라기보다 의료계와 전쟁을 수행 중인 것 같다. 전국 1만3000명의 전공의 중 90%가 현업에서 사라졌다. 그래, 정부가 이겼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언제 이 상황이 종료되는가. 책임 있는 답변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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