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정부 국세 수입은 감소한 데 반해 지출은 더 많이 늘어 재정수지가 83조 원이나 적자를 기록했고 중앙정부 채무는 1,200조 원에 육박했다. 법인세 감소 영향으로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전망됐다. 지난 9월 1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24년 9월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총수입(누계)은 357조 2,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조 9,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총지출은 409조 5,000억 원으로 18조 3,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 3,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7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159조 3,000억 원으로 전 월에 비해서 13조 4,000억 원이 늘어난 1,200조 원에 육박했다. 중앙정부 채무는 국고채권·국민주택책권 등 국채가 1,157조 9,0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차입금은 1조 2,000억 원이었다. 더욱이 국세수입 감소 영향으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야당 의원들과 경제에 대한 설전을 벌이며 경기 회복의 근거로 고용 수치를 앞세우며 “25~29세 에서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인 72.3%를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에 대한 정부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건 최근의 고용 통계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은 63.2%로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15세 이상 취업자도 2,880만 1,000명으로 전달보다 12만 3,000명(0.427%)이나 증가하며, 두 달 연속 10만 명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 총리가 강조한 대로 25~29세 고용률은 73%로 최고치를 갈아치운 결과다. 실업자도 56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00명(-1.6%) 감소하였고, 실업률도 1.9%로 0.1%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이는 고용시장은 순항 중이다. 하지만 각종 지표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병이 들어가는 일자리 시장의 민낯이 확연히 보인다.
내수 부진 여파로 건설업과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수도 7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청년층(15∼29세)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22개월과 26개월째 감소 행진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811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835만 9,000명보다 14만 2,000명 감소하였고, 고용률은 0.3%포인트 하락했으며,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 수는 618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 625만 6,000명보다 15만 4,000명 감소하였고, 고용률은 0.7%포인트 하락했다. 인구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렇듯 각종 착시를 걷어내면 상황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비경제활동인구 1,621만 1,000명 중 일하지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엔 256만 7,000명으로 1년 전 232만 2,000명보다 무려 24만 5,000명(10.55%)이나 늘어나며 2003년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실업률을 산정하는 모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포기하며 사라진 이들로 인해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 가능했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올해 8월 기준 가장 높은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2,880만 1,000명 중 절반이 넘는 1,571만 9,000명(54.6%)이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였다. 198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8월 기준으론 역대 가장 높다.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이 늘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청년층이 단시간 근로에 나선 영향이다. 기업이 필요한 시간만큼만 사람을 고용하고, 근로자는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흐름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자리 비중이 커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 탓이 크다. 한편 ‘긱(Gig │ 초단기 일자리)’을 찾는 ‘긱 워커(Gig worker)’ 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소·지방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젊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으로 인해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바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첨단 제조 업체들은 경력직 채용 위주로 돌아선 데다 갈수록 해외 생산 기지를 늘리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경제성장의 근간이자 기반이다.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서는 청년 고용 문제도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고용 안정이 이뤄져야 소비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겉으로 보이는 지표에 반색한 안이한 전망을 접고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과 산업구조 개혁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경주하는 배전(倍前)의 노력들이 절대 필요하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