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대중국 제재 심화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미국 대선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도체 정책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 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의 해리스 캠프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 캠프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합에서 박빙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국내 업계는 신경을 더욱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이 국내 업체들에겐 긍정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반도체와 과학법'을 제정했다. 현재까지 직접 지원금 300억달러, 대출 250억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 또 해당 지원금이 중국 및 기타 우려 국가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 조항도 발표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 내로 유입되는 신규 투자 총액만 칩스법 시행 후 지금까지 약 3000억달러 규모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그룹 차원에서 미국 내 22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중 반도체 산업 비중은 150억달러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대중국 제재로 인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들의 핵심과제로 '중국 대응'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역전쟁 차원에서 중국의 '최혜국 대우' 지위 박탈, 중국의 미국 내 기간산업 및 핵심 기술에 대 한 투자 금지, 중국으로부터 핵심광물을 포함해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조달시장 참여 금지 공약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 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37%가 중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미국에 의해 제한되고 중국이 대응책으로 레거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게 되면 국내 경제는 양방향 리스크에 노출되고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관 없이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압박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를 열고 미국 대선 결과가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신창환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 및 연구개발(R&D) 정책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국가 안보와 경제력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는 고용 창출 중심의 반도체 기술에, 해리스는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술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미국 내에서도 국가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는 산업 중 하나"라며 "중국 기술력 확대에 따른 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