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또 청약’ 열풍 서울 VS ‘악성 미분양’ 무덤 지방, 양극화 해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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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또 청약’ 열풍 서울 VS ‘악성 미분양’ 무덤 지방, 양극화 해소 절실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4.10.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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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설마설마했던 부동산 광풍(狂風 │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실시된 이른바 ‘로또 청약’에서 경쟁률‘톱10(상위 1∼10위)’ 중 동작구 ‘흑석 자이’를 제외한 무려 9곳이 올해에만 이뤄진 청약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첨되면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로또’라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1위는 올해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청약 모집에 무려 294만 4,780명이 몰려든 것은 ‘로또 청약’의 폭발력을 방증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 등에 최근 집값이 상승하자 분양시장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 4월 0.13%에서 7월 1.19%로 석 달 새 무려 1.06%포인트나 커졌다. 서울은 대부분이 정비사업 공급 단지로 일반 분양 물량이 적어 더욱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울에서는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청약’이 잇따르며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은 ‘악성 미분양’이 쌓이며 주택 시장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 침체 속에 더구나 집값이 오르는 수도권에만 투자가 몰리며 양극화가 더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는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가 속출하는 반면 지방은 다 지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넘쳐나며 양극화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30일 발표한 ‘2024년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6만 7,550호로 전월 7만 1,822호 대비 5.9%(4,272호) 감소하였으며,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6,461호로 전월 1만 6,038호 대비 2.6%(423호) 증가하였다. 수도권 분위기가 달아오른 영향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8월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6만 7,550호)의 81.32% 이상인 5만 4,934호가 지방에 몰려 있다. 특히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6,461호로 13개월 연속 늘어나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은 2,821호로 전월 2,900호 대비 2.7%(79호) 줄었지만, 지방은 ‘악성 미분양’이 1만 3,640호로 전월 1만 3,138호 대비 오히려 3.8%(502호) 늘어났다. 이 기간 서울의 ‘악성 미분양’은 517호로 전월 522호 대비 1.0%(5호) 줄어들었다. 이렇듯 지방은 ‘악성 미분양’이 계속해서 쌓여 ‘미분양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방에선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미달하고 있다.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을 선호한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시장에만 국한된 듯하다.

이런 와중에도 지방과는 달리 서울은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 열풍(熱風)이 열대성 광풍(狂風)으로 변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월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0.66대 1을 기록했다. 총 2,464가구 모집에 무려 34만 6,589개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서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21년(163.84대 1)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 10월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선 이달에도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시세차익이 큰 대어(大魚)급 청약이 나올 예정이다. 두 아파트 모두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전용면적 59㎡ 기준 시세차익이 각각 7억 원, 1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달 분양한 청담동 ‘청담 르엘(옛 청담삼익아파트)’은 1순위 평균 경쟁률이 667.26대 1에 달했다. 이곳도 시세차익이 1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자 일반공급 85가구 모집에 무려 5만 6,717명이 접수해 올해 강남권 공급 단지 중 최고 높은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올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인 ‘얼죽신’ 영향이 강해진 탓이다.

서울 집값은 상승세가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아직 까지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10일 사업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법 개정을 전제로 1년간 주택 건설사업자 원시취득(신축건물)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하기로 하는 등 상반기에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도입, 세금 산정 시 주택 수 제외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아직도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9월 3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4년 9월 5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2024년 9월 5주(9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0% 상승해 28주째 올랐다. 지난 9월 1일부터 대출 한도를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됐지만,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 9,6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5조 6,029억 원 늘어났고,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74조 5,764억 원으로 한 달 사이 5조 9,148억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하는 대출 규제가 가뜩이나 침체한 지방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입히면서 오히려 지역 경기까지 위축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이미 5배가 넘게 벌어진 상태다. 고사 직전인 지방 부동산 시장을 이대로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거나 방기(放棄)한다면 자산 양극화와 계층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지역 불균형이 더욱 심해져 사회 갈등이 한계를 넘어 폭발할 우려까지 있다. 더군다나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은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서울 집값 때문에 전 국민이 고금리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데 이의는 없을 것이다. 희망 고문에 그치지 않도록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만 한다. 더불어 지방 부동산 시장이 역동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맞춤형 핀셋 대책’이 절실히 요청되는 만큼 국가 역량을 총력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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