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는 수요 감소 초래 등 정유사 수익 악화 우려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중동 정세 급변에 국내 정유업계가 유가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통상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재고평가이익 증가로 이어져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만 장기화하면 소비심리 악화로 수요가 부진해지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이 발발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 봉쇄할 경우 15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금융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전면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변동이 실적과 긴밀히 연동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정제마진이 1분기 배럴당 7.3달러 수준에서 2분기 3.5달러로 반토막났고 3분기에도 3.6달러에 머무르며 약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5달러를 하회하며 이익 실현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유가, 운영비 등을 차감한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지표로 꼽힌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3분기 증권사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에쓰오일이 전년 동기 대비 87.9% 감소한 1037억원,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79.7% 줄어든 3162억원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등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란 관측이다.
국제유가가 상승은 정유사 실적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제마진 개선 효과와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로 발생하는 재고평가이익이 커질 수 있어서다. 통상 정유사들은 원유 매입 후 정제 과정을 거친 후 2~3개월 후 판매를 시작하는 만큼 유가가 급등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중동 정세 격화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장기화되는 것은 정유사로서도 낙관적이지 않다. 대체 에너지 확대와 정제 제품 수요 감소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에 정부도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대한석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과 중동정세 악화에 따른 종합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수출, 공급망 등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까지 중동정세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판단하면서도 악화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위기상황 대비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