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견인하고 있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수도권 분당·하남·용인 등지에서 집값 담합·편법 증여가 성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은 집값도 제일 높은 데다 위법행위도 1위로 높은 걸로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이면의 씁쓸한 질곡(桎梏)의 곡절(曲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 고공행진이 58주째 지속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주택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도록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위법한 거래는 원천부터 싹을 자르고 엄중히 단죄(斷罪)해야만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3일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 편법 증여, 법인자금 유용, 대출 규정 위반, 시세 담합 등 위법 의심 거래 39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불법이나 편법으로 집값을 높이려거나 집값 상승의 흐름에 올라타 시세차익을 보려는 투기적 행태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 후속 조치로 지난 8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7주간 실시한 ‘2024년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1차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 올해 수도권에서 이뤄진 부동산 이상 거래 1958건 가운데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397건(20.3%)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하고 경찰청에 수사 의뢰 등 엄중히 조치한다고 했다.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 중인 허위신고 우려가 있는 ‘미등기 거래’ 및 편법 증여 등 가능성이 있는 ‘직거래’ 조사를 통해 160건의 위법 의심거래를 적발하고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였다. 아울러,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로 인한 피해 예방과 외국인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기획조사를 연말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397건의 위법의심 거래를 행위별로는 498건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편법 증여, 법인자금 유용 등(315건, 국세청 통보), ▷계약일 거짓 신고 등(129건, 지자체 통보), ▷대출규정 위반, 대출 용도 외의 유용 등(52건, 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 통보), ▷중개수수료 초과 수수(2건, 경찰청 통보) 등이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하반기 아파트 거래 분석에서는 집값 띄우기에 쓰이는 미등기 거래도 518건이나 적발했다. 대표적인 위법 의심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통해서 서울 송파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돼 집값 담합 의심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조사를 요청한 경우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자녀 학업 문제로 빨리 이사를 하기 위해 다른 집보다 3,000만 원 정도를 낮춰 ‘급매’로 집을 내놨는데 입주민 소셜미디어에서 ‘공개 저격’을 당하고 이 집을 매물로 올린 중개업소는 주민들의 집단항의에 물건을 내렸다고 한다. 집값 담합으로 금지된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정상 거래를 가장한 편법 증여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어머니에게 빌린 14억 원과 증여받은 5억 5,000만 원, 주택담보대출 3억 5,000만 원으로 21억 원대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본인 자금은 전혀 들이지 않고 전액을 타인에게 받은 금전과 대출을 통해 충당한 셈이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돈을 본인 돈인 것처럼 위장 거래한 것이다. 당국은 차입금 형태의 편법 증여가 의심된다고 보고 국세청에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 게다가 집을 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넘긴 선 순위 임차보증금이 있으면 대출이 안 될 것을 우려해 임차인인 부친을 전출시킨 뒤 대출받고 다시 전입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런 위법적인 증여·대출 의심 등 적발 사례의 68.5%는 서울에 몰렸고, 강남 3구 중 강남·송파·서초구 지역 순과 마용성 중 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순으로 잦았다. 경기도에선 성남시 분당구와 하남시, 용인시 등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위법이 의심되는 397건 중 서울이 272건(68.5%)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자치구별로 강남구(52건), 송파구(49건), 서초구(35건) 순이었다. 경기도의 위법 의심 거래는 112건(28.2%), 인천은 13건(3.3%)으로 각각 집계됐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에도 아파트 거래 중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은 직거래를 조사한 결과 편법 증여, 대출자금 유용 등 위법 의심 사례를 160건(위법의심 행위 209건)이나 적발했다. 지난해 성사됐던 전국 아파트 거래 42만 6,445건 중에서 직거래는 11.5% 수준인 4만 8,998건이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거래 18만 7,000건 중에서도 ‘미등기 거래’는 518건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연말까지 수도권 지역 합동 점검과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 외국인 투기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거래 신고분에 대한 기획조사는 내년 4월까지 지속 추진한다. 차제에 담합과 편법 증여 등으로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거나 어지럽히는 몰염치범(沒廉恥犯)은 철퇴(鐵槌)를 가하고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만 한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불붙으며 실수요자와 집 없는 서민들의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 독버섯처럼 살아 번지는 집값 담합, 위법적인 증여·대출·거래 등이 주거 약자들의 불안과 위화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사회문제로 비화해 비난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담합과 편법은 당연히 주거 사다리의 기울기를 곧추세우고 있다. 부동산은 투기를 막고 가격을 안정시켜야만 정책의 신뢰가 담보되고 국정의 지지도가 높아지며, 자산 양극화도 완화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려고 하려면 정부는 투명한 거래 질서부터 최우선으로 확립해야만 한다. 그 토대 위에 예측이 가능한 안정적인 주택공급과 자산 가격에 상응하는 합리적 세제 정비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만이 성공적인 부동산정책의 첩경임을 각별 유념하고 명심 실천해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