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장 주춤…수소차 1‧2위 협업해 생태계 확산 필요성
“선도기업 간 만남 상징적…소비자 수용력 확대가 가장 중요”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이달 말로 예정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만남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장 간 회동은 협력 확대의 신호로 읽힌다. 수소 생태계 확산과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있어 '수소 동맹'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오는 27일 용인에서 열리는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행사를 앞두고 서울서 비공개 회동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3월에도 일본 토요타 본사를 방문해 아키오 회장을 만난 바 있다. 당시 두 경영자는 수소,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부문에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27일 당일 행사장에선 짧게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토요타 GR이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을 위해 각사의 고성능 모델과 경주차를 선보이는 자리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첫 번째 협업 사례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표면으로 드러난 '모터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수소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두 회사는 행사장 내 전시 부스를 꾸려 수소 콘셉트카 등 차세대 친환경차를 선보인다. 현대차 부스에선 1974년 선보인 포니 쿠페 디자인과 첨단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해 미래 고성능 방향을 제시하는 'N 비전 74'가 등장하고, 토요타 부스에선 '액체 수소 엔진 GR 코롤라'와 수소 콘셉트카 'AE86 H2 콘셉트'가 출격한다. 일찌감치 수소차 양산에 뛰어든 두 회사가 미래 방향성을 담은 수소 콘셉트까지 대중에 공개하며 시장 확장을 노리는 셈이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승용 수소차 양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는 양사 외에 혼다 정도다. 이는 전기차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수소차가 중국발(發) 저가형 전기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배경이다.
다만 현재까지 수소차는 전체 차량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실정이며, 수소차 확대도 힘이 빠진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소차 판매 대수는 지난 2020년 9483대에서 2022년 2만704대로 빠르게 올라왔지만 지난해 1만6413대로 주저앉았다.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34.1% 줄어든 5621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의 '수소 동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 최근 독일 BMW와 함께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인프라 개발 공동 제작에 나선다고 밝히며 시장 확장 의지를 보였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와 토요타의 만남은 두 선도 기업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된 건 없다"면서 "수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 수용력이며 원가 절감과 수요자 구매 보조금, 수소충전소 문제 등 복합 요소들을 잘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장 핵심 주자들이 함께 규모를 키우고 다양하게 겨룰 때 성장세가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특히 수소처럼 인프라 구축 문제가 복잡해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장은 관련 생태계 조성에 힘을 합쳧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일 정부도 수소 협업에 나서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양국의 산업장관은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나 '청정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개발 워킹그룹'을 신설하고, '한일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및 활용 협력 플랫폼' 추진에 뜻을 모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산업 발전을 위해 작년에 소부장 육성 계획을 발표했고 상용부문의 수소차 확대와 충전소 등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올해는 전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시장을 오픈하면서 관련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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