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양책에 수출 회복 기대
"석화 제품 가격 정상화할 것"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의 이구환신(3월), 지급준비율 인하(9월), 부동산 부양책, 대규모 재정 투입 등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경기 부양책들이 자국 내 수요를 회복 시켜 궁극적으로 시장 공급과잉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발 경기 부양책들이 잇따라 발표 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도 투자심리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한 달간 나온 증권사들의 주요 석유화학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보면 LG화학은 영업익 5061억원, 금호석유화학은 1042억원으로 전망되며,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1667억원, 454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3개월간 나왔던 실적 전망치 컨센서스보다 크게 낮춘 수치다. 최근 3개월간 나온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LG화학 6015억원, 금호석유화학 1129억원, 롯데케미칼 -817억원, 한화솔루션 -175억원이다. 중국발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과잉과 대규모 증설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는 분석이 영업이익 하향 조정을 이끌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호재를 선반영하고 있다. 지난 7일 KRX에너지화학지수는 2541.79로 마감해 지난달 9일 2251.46에 비해 한 달 동안 12.9% 올랐다. 지난 한 달간 LG화학 주가는 16%, 금호석유는 29.6% 상승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주요 소비재와 건설 기자재와 같이 석유화학 제품이 많이 쓰이는 산업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중국은 전 세계 석유화학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 경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에 달했다. 이같은 중국이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풀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말 중앙은행의 1조위안(약 190조원) 규모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상황도 함께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중국 국경절 연휴 돌입 전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자 10월 첫째 주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그동안 계속 추락했던 벤젠, 파라자일렌, 테레프탄산 등 가격이 반등했다.
탄화규소 기반 폴리염화비닐의 중국 내수 가격도 10.5% 급등했다. 특히 이구환신 정책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 중국 내 자동차, 가전, 가구 등의 교체 수요를 일으키며 석유화학 제품 수요를 견인한 바 있다. 이구환신이란 낡은 것을 신제품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주요 소비재를 새로 사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회복으로 중국 내 생산 물량의 자체 소화가 가능해지면 글로벌 석화제품 가격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