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비 소요되는 만큼 정부 지원 절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대한항공을 비롯한 6개 국내 항공사가 지난달 국제노선 정기 운항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사용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20번째 SAF 상용 운항을 시작한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가 항공유 수출 세계 1위인 점을 고려하면 뒤늦은 출발이다. 특히 정부 지원이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AF는 석탄이나 석유 대신 폐식용유·동식물성 기름·옥수수·사탕수수 등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항공유 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80% 적어 탄소중립 시대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수요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2050년 SAF 수요가 4000억톤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SAF 시장 규모가 2021년 약 1조원에서 2027년 약 3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원유 정제 공정에 친환경 원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SAF 생산을 위해 원유 외 원료를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가장 시급한 건 국내 전용 생산 시설 확보다. SAF 1%를 혼합하기 위해선 과거 항공유 소비량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을 기준으로 예측하면 700만톤의 1%인 7만톤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을 이용하는 공동처리 방식으로 소량의 SAF만을 생산 가능하고 국내 전용 생산 시설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정유 4사(에쓰오일,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투자해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재로써는 SAF 관련 투자 시 법인세 3% 감면 혜택만 받을 수 있다. 2차전지, 수소, 핵발전 등 차세대 에너지원 사업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대기업 기준 최대 15% 세액 공제를 받는 것과 비교해선 한참 부족한 셈이다.
그 사이 미국·유럽·일본 등 경쟁국들은 자국 정유사가 SAF 설비투자 시 투자비를 지원하고 자국 내 바이오매스를 통해 생산·판매된 SAF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과감한 지원을 통해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국내 정유사들은 향후 SAF 시장 선점을 위해 생산 및 구매 비용 부담 완화와 설비투자 지원 등 수요·공급 차원의 혜택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AF 시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 정유사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며 SAF 경쟁력을 쌓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일본의 무역회사 마루베니와 계약을 체결해 일본 ANA항공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의 Neat SAF(100% SAF)를 공급받아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제조한 CORSIA SAF 약 5000㎘를 일본 메이저 상사 이토추를 통해 나리타 공항에 공급을 완료했다.
에쓰오일도 지난달 티웨이항공과 SAF 상용운항 공급 및 공동마케팅 업무협약(MOU)를 맺고 티웨이항공의 일본노선 상용 운항에 필요한 SAF와 향후 필요한 SAF 공급에도 협력한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