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남북 육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부근의 요새화를 진행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며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태세 강화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것은 남북 육로를 완전히 끊고 근방의 요새화를 진행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군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 정황을 감시해 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과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왔다. 남북 연결 육로에는 철도 및 도로인 동해선과 경의선, 화살머리고지 및 공동경비구역(JSA) 통로 등이 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북한 남북 육로 차단 작업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은 8월에 차단됐다"며 "이런 움직임은 사전에 감시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번 연결도로 폭파가 한국에 지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관련 사업에 투입한 재원을 그대로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에 따르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3290만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 약 1800억원에 이른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 돈을 갚지 않았다. 게다가 자의적으로 폭파까지 해버림으로써 한국 예산이 투입된 기반 시설을 비가역적으로 파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던 지난 4월 정부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우리 정부의 차관으로 이뤄졌음을 들어 "북한에 상환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예산의 투입과 북한의 무단 철거는 과거 이뤄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례와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