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충북도 무책임 분노···국조로 진실 밝혀달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김영환 충북지사의 행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참사 전후 김 지사의 동선이 비정상적임을 지적하며 김 지사 사퇴까지 요구했다.
행안위는 17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청북도 대상 국감에서 오송 참사 전후(2023년 7월 14~15일) 김 지사 동선에 관해 집중 질의했다. 충북도는 지난해에는 참사 수습을 위해 국감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김 지사가 오송 참사 당일 오후 1시 8분 청주의 한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카드를 쓴 것을 언급하며 "오송 참사라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김 지사는) 점심을 한 뒤 (현장에) 갔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지사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가 "비서실장과 수행비서가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해 (현장 도착이) 늦은 것"이라고 답변하자 용 의원은 "비서실장과 수행비서를 포함한 국정조사를 다시 하자"고 거듭 몰아세웠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 발생 전날 김 지사의 '서울행 논란'을 짚었다. 그는 "비상 3단계 재난 상황에서 서울에 간 것은 근무지 이탈"이라며 "서울에서 돌아온 뒤에도 (김 지사가) 재난대책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고작 10분"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채현일 의원은 "김 지사는 지난해 오송 참사 당일과 이틀 뒤에도 (자신이 소유한) 괴산 땅을 보러 갔다"며 "정말 어이없는 건 참사 다음 날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공무원이 내부 결재도 없이 도지사 땅 근처에 있는 후영지구 급경사지 정비사업 입찰 공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채 의원은 "지사님의 땅 사랑이 엄청난 것 같은데, 도지사가 아니라 '땅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제가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2015년도 국회의원 재산 등록 당시 제가 전국에서 꼴찌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땅 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됐겠나"라며 "공무원들이 다 보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말씀을 가지고 하시면 어떡하냐. 저도 163만 도민의 도지사"라고 성토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참석한 오송 참사 희생자 유가족은 참사 발생에도 행정 당국과 경찰, 소방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사에 희생당한 747번 버스 기사 아들 이 모씨는 "사고 몇 시간 전부터 미호강이 넘칠 것이란 수많은 신고 전화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통제하지 않았던 충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의 무책임한 모습이 저희를 또 분노하게 만든다"며 "여기 계신 공무원분들 매뉴얼 좋아하시지 않나. 매뉴얼대로만 하시면 되는데 왜 그렇게 안 하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매뉴얼대로만 했다면 그 수많은 희생자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다"며 "국회에서 (오송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7월 15일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같은 날 오전 8시45분께 무너지면서 쏟아져 나온 미호강 강물은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궁평2 지하차도를 덮쳤다. 이 사고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운전자 등 1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