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국회에 수출 관련 입법 지원 요청해
전문가 "국가 신산업·통상 전략 수립 시급해"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다음달 미국 대통령 선거와 미중 무역 갈등, 불안정한 중동 정세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도 장기화되고 자국 우선 기조도 확산되고 있어 수출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1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축소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587억7000만달러로 역대 9월 중 최대치이자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9월까지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대한 기저효과 덕을 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7월 13.9%, 8월 11.4%로 축소된데 이어 9월(7.5%) 들어 한자릿 수로 둔화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일각에서도 한국 수출 증가율에 대해 10월부터는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피크아웃'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년도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경기 위축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 수출에 대한 주요국 경기의 영향이 크다는 점과 미·중 무역 갈등,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적으로 한국 수출은 특정 국가와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외여건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지속가능성 실사지침(EU CSDDD)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출 규제도 수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고 향후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태생적으로 재생에너지 수급 여건이 불리해 정부와 수출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 수출품에 수입규제 조치를 발동 중인 국가는 총 26개국, 규제 건수는 전년 동기(201건) 대비 13건 늘어난 214건에 달한다. 수입규제는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조치 등을 뜻한다.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도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 대선 대선 관련 정책 이슈와 우리 기업의 과제 조사'에 따르면 양 당 후보가 낸 '관세 공약'에 가장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전략적 표적 관세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보편·상호적 관세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무역협회도 최근 국회에 수출 관련 입법 지원을 요청했다. 무역협회는 무역업계 규제·애로 및 건의사항 163건을 관계부처에 건의한데 이어, 이 중 법률 개정과 법제화가 요구되는 24개 핵심 안건을 선별해 양당 정책위의장실에 전달했다. 법제화 요구 핵심 안건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 세액공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신속 처리, 바이오·에너지 분야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정계의 초당적 중국 견제 노선이 유지되면서 국가 신산업·통상 전략 수립 시급하다"며 "관세율 외에도 선진 경제권은 물론 주요국들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이미 활용 중이므로 국가 통상정책 관점에서 주요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성을 보장하기 위해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 및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