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시장 교란 행위를 통한 '유인된 역선택'을 동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과 기존 우호세력의 향배에 대해선 "믿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사장은 22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영풍이 시장에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했다"며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본시장법 178조에 기반한 사기적 부정거래는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통해서 금융투자 상품을 매매한 경우다. 그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6만원이 더 높은 상황에서 5.34%의 주주가 MBK의 공개매수를 선택했다"며 "비정상적인 유인거래의 결과로 주주들은 직접적인 손해를 보게 됐다. 건전한 자본시장을 훼손하는 반시장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와 조사를 통해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영풍·MBK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재판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쟁점들에 대해 고의로 억지 주장을 미리 유포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를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K와 영풍은 지난 2일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1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2차 가처분을 제기했다"면서 “2차 가처분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송절차를 남용하고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전체 지분의 20%를 주당 89만원에 매수하겠다고 했음에도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8일까지 80만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21일 법원이 영풍·MBK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주가는 87만원대로 치솟았다. 박 사장은 "소송을 남용하는 사술(남을 속이는 수단)과 꼼수로 기업을 약탈하고자 하는 세력에 대항해 고려아연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의 역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MBK는 오는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확인한 뒤 이르면 24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계획이다. 앞선 공개매수에서 MBK가 5.34%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38.47%까지 늘어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와 우호세력의 지분을 합한 34.01%보다 약 4.46%포인트 많은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박 사장은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영풍·MBK가) 우위에 있는건 맞지만, 양측 다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LG그룹·한화그룹 등 백기사(우호세력)가 주총에서 어느 쪽의 편을 들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특히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지분율 7.83%)에 대해선 박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답변을 언급하면서 "저는 그걸 믿고 기다리겠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조(兆)단위 차입금을 조달했고, 회사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회사의 재무구조는 튼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