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DS부문 중심으로 대규모 조직개편 전망
현장 토론문화 등 내부 조직문화 재건에 집중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위기설이 감도는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나선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MB) 사업 지연으로 안팎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반도체(DS) 부문의 조직개편이 큰 폭으로 단행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연말 큰폭의 인사와 조직개편이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로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위촉했다. 전 부회장을 반도체 '구원투수'로 투입한 격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올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일종의 반성문을 냈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시는데,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경영진)에게 있다"며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원적 기술 경쟁력 복원과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 혁신 등의 위기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전 부회장의 이번 메시지는 연말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예고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안의 위중함을 공식화해 강도높은 결단을 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DS부문 사업부 수장이 경질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DS부문에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등 3개 사업부가 있다.
또 전 부회장은 현 조직문화를 고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의 강점으로 꼽혔던 '치열한 토론 문화' 재건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앞서 그는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토론하는 조직문화 '코어(C.O.R.E.)'를 제시하기도 했다. 부서 간 협업 체계 고도화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재건과 관련해 "조직문화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흘러가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호흡으로 직원 개개인의 개성과 강점이 빛을 발해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일부 개편은 시작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또 DS부문 산하의 비핵심 분야인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철수를 결단,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LED 사업 자원을 전력 반도체와 마이크로 LED 등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1월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통상 삼성은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에 이어 조직개편을 단행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해엔 11월 말에 인사를 시행했다. 올해는 11월 중순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개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는 앞서 2022년 10월 별도의 행사 없이 회장직에 올랐다. 과거 행보를 감안할 때 올해 별도의 메시지는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맞아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승진에 앞서 가진 계열사 사장단 오찬에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275% 급증한 수치지만 시장 예상치(10조8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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