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무리됐다. 이번 공개매수 결과로 영풍·MBK파트너스 측과 승부가 판가름 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앞으로 2차 쩐의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됐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손 잡고 주당 89만원에 최대 20%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이번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이 취득할 자사주 물량은 전량 소각 예정이어서 의결권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베인캐피탈이 취득할 2.5%를 더하면 최 회장 및 우호 지분은 총 36.49%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풍·MBK는 공개매수로 5.43%를 취득해 지분율을 38.47%로 확대하며 우위를 점했지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 이후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은 나란히 40% 중후반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측의 지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핵심 승부처 중 하나는 장내매수다.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장내에서 사둬야 한다. '2차 쩐의 전쟁'이 예고된 셈이다. 장내매수 경쟁 규모는 이날 종료된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청약률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고려아연 유통 주식물량은 18% 안팎인데 최 회장측 공개매수 청약률이 낮을수록 잔여 유통물량 규모는 늘어나게 되고 '쩐의 전쟁' 규모 역시 커진다. 반대로 최 회장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해당 물량 거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면 양측 모두 장내매수 경쟁을 벌일 공간이 줄어든다. 이 경우 장내매수보단 백기사 포섭이 핵심 전장이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7.83%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발의된 안건 거의 대부분에 찬성했다. 현 경영진인 최 회장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법원이 MBK측 가처분 신청을 연이어 기각한 점도 최 회장측이 명분상으로 유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중립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양측의 법정 다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22일 영풍과 MBK 측을 조사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마감일을 앞둔 시점에 영풍·MBK가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한 것이 지난 14일 끝난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로 투자자가 몰린 결과를 불러왔다는 게 고려아연 측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과 MBK 측이 1차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됐던 주장들은 2차 가처분 신청서에 사실상 동일하게 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주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