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절단 사고 대응 미비 지적…응급처치 교육·장비 개선 필요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국내 대학생들이 기획한 노동자 수지절단 응급처치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이 캠페인은 특히 위험한 작업 환경에 처한 현장직 노동자들을 위해 기획됐다. 이들은 수지절단 사고 발생 시 올바른 응급처치를 알리기 위한 ‘두손지킴 장갑’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7일 학계에 따르면 한양대, 홍익대, 가톨릭대, 동덕여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이번 캠페인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지절단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적절한 응급처치 방법을 노동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산업설비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산, 가공, 절단 작업 현장에서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지절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가락이 원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수지접합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절단 직후 빠르고 올바른 응급처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기름, 먼지 등 오염물질로 인해 절단된 손가락을 위생적으로 보관하는 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학생들이 현장에서 자주 착용하는 장갑을 활용해 응급처치법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캠페인의 아이디어는 한양대 손도윤 학생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수지절단 사고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 손도윤 학생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법을 아는 동료가 아무도 없었다"며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직 노동자 대부분이 신입사원 연수나 사내 안전교육에서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배우지만, 실제 사고 발생 시 이를 떠올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현장직 노동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장갑에 주목했다. 이들은 장갑의 손등 부분에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프린팅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이 '두손지킴 장갑'은 노동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응급처치법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도구로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수지절단 응급처치용 키트도 제작했다. 현장직 노동자들이 수지절단 사고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응급처치에 필요한 도구를 포함한 키트를 마련한 것이다. 더불어 각 사업장에서 가까운 수지접합 병원의 정보를 기입할 수 있는 메뉴얼보드도 제공해 신속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 캠페인은 이달 31일까지 현장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장갑과 응급키트, 메뉴얼보드를 제공하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은 수지절단 사고에 대한 응급처치법이 현장에서 더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사업장에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응급구호 물품 중에는 수지절단 응급처치를 위한 구체적인 구호 물품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번 캠페인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이 같은 노력은 산업재해 예방과 대응을 위한 민간 차원의 시도가 필요함을 일깨우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안전교육과 함께 일상적인 작업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응급처치법을 상기시킬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공익 캠페인의 확산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