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HBM 'HBM4', 선점 위한 경쟁 치열
삼성·SK, HBM4 내년 양산 목표로 개발 박차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HBM인 HBM4가 두 회사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3일 반도체 업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HBM4는 기존 HBM3E(5세대)보다 집적도가 크게 높아져 성능도 대폭 개선된다. 거의 같은 크기의 칩에 2배 더 많은 단자가 들어가는 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전력 효율도 좋아지는 것이다.
HBM 시장은 현재 5세대인 HBM3E에서 6세대 제품 HBM4로 향하고 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최신형 HBM을 독점 공급하며 생태계를 이끌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추격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을 계획하고 있어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르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 로드맵을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을 끝내고 양산까지 돌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애초 목표인 2026년 보다 6개월 가까이 앞당겼다. 이에 SK하이닉스 역시 HBM4 개발 로드맵을 앞당겼다.
두 기업이 HBM4의 개발을 내년까지 끝내겠다고 밝힌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큰 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AI 칩 설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2026년에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을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반도체 기업 모두가 루빈에 자사의 HBM4를 탑재하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을 위해 최근 시스템LSI 사업 인력 일부를 메모리 쪽으로 이동시켰다. HBM4의 경쟁력 기반인 '베이스 다이(Die)' 설계 역량 강화가 목적이다. 베이스 다이는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칩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메모리로, 베이스 다이가 GPU와 HBM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필요한 경우 파운드리 경쟁자인 TSMC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자사 파운드리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에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HBM4부터 16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비해 기술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48GB HBM3E 16단 제품을 개발 중이며, 내년 초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HBM3E 16단 제품의 출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4분기 출하한다는 목표다. 이후 내년 상반기 중 HBM3E 16단 제품을 공급하고, HBM4 12단 제품도 내년 하반기 중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주도권을 뺏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할 수 있다면 두 회사의 승패는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HBM 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AI와 HBM 부문에서 기술격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