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와의 라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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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트럼프와의 라운딩
  • 조석근 기자
  • 승인 2024.11.1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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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정경부장
조석근 정경부장
2019년 6월 30일. 세계 모든 언론의 시선이 판문점으로 꽂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이라는 충격적 결과로 끝난 지 불과 4개월 만에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의 군사분계선 낮은 둔덕을 나란히 넘었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의 '월북'이다.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그 둔덕을 넘었던 역사적 장면의 재연이다. 그 당시 세계 주요 정상들 중 이 장면을 가장 치를 떨면서 바라본 이가 있었으니···.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아베 총리에게 쏟아낸 '재팬 패싱', '아베 패싱'이란 조어는 굴욕 그 자체였다. 직전 28~29일 G20 정상회의가 바로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다. 트럼프와 아베가 어떤 사이인가. 2016년 트럼프 당선 후 다섯 차례나 라운딩을 같이 돌았다. 흔히 하는 말로 같이 '운동' 좀 했던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방일 당시 아베 총리는 벙커에 들어갔다 자빠지면서도 시종일관 웃었다. 트럼프 취임 직후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건넨 선물이 금장 골프채다. 간과 쓸개를 나란히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한 듯한 그 정성에도 트럼프는 G20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알아보고 곧바로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미는 바둑이다. 아마추어지만 상당한 고수로 유명하다. 골프는? 안 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바둑을 뒀을까 알까기를 했을까. '한반도 운전자론'의 실현에 굳이 '싱글' 여부는 필요 없었다. 트럼프 임기 후반 2년간 한반도 문제는 미국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였다.
G20은 일본이 주최했는데 세계의 모든 시선은 판문점으로 쏠린 결과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다. 판문점 회동 다음날부터 일본 언론에 그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며칠 뒤 공식화했다. 아베는 그런 지도자였다. 실제 수출이 막힌 쪽은 일본 국내 소재 분야 강소기업들이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기껏 유치한 올림픽을 연기했다. 여기에 자민당의 '벚꽃 스캔들'. 결국 2020년 9월 건강을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했다. 트럼프 당선자를 두고 세계 모든 정상들의 심기가 복잡하다. 그럴 만하다.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이전 공화당의 '스트롱맨'으로 조지 W. 부시가 있었다. 온 세계를 상대로 미국의 힘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이 난 '네오콘'들의 정부다. 사실 공화·민주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통령 그 누가 한국에 호락호락했던가. 그래도 한국은 늘 슬기롭게 헤쳐왔다. 소리 없이 헌신해온 외교·통상, 국방·안보 분야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있었다. 민간의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왜 트럼프를 두고 골프 얘기가 튀어나오나. 왜 그 모델이 하필이면 아베인가. 골프장에서 시켜먹는 떡볶이는 꿀맛이다. 여차하면 요리사도 대통할 태세다. 홀인원 대비 기념식수도 챙겨가면 좋겠다. 정상 외교란 게 원청업체 모시는 접대 같은 것인가. 한미 정상의 라운딩에서 혹시 버디라도 잡으면, 트럼프 시대를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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