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증권업계가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증권사 대표 15명의 임기가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변수도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2일 금융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실적'으로 꼽힌다. 한 해 동안 거둔 성과가 최고경영자(CEO)들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당장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올해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현 경영진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KB증권의 경우 기업금융(IB) 부문을 맡고 있는 김성현 대표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연임에 성공했다. 자산관리(WM)를 담당하는 이홍구 대표는 올해 1월 1년간의 임기를 부여받고 KB증권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증권가에서 이 대표가 첫 임기를 마친 만큼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로 보고 있다. KB증권의 실적만 놓고 본다면 김 대표 역시 재연임될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3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1.18% 늘어난 5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KB증권의 실적 개선은 김 대표가 담당하는 IB 분야의 역할이 주효했다.
문제는 KB금융그룹에서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장을 이끌 신임 수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KB금융그룹에서 계열사 CEO가 은행장으로 발탁된 첫 사례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균형 성장 기반 확대를 위해 지주와 은행, 비은행을 두루 거친 이 대표를 앞세워 본격적인 계열사 시너지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장 인사가 쇄신에 방점이 찍히면서 나머지 계열사 인사 폭도 커질 전망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 연임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애초 대다수 증권사는 '2+1'(최초 선임 2년, 이후 1년)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더욱이 강 대표의 리더십 덕분에 실적이 완벽한 'V자' 반등세를 보였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투자자산 손실로 인해 2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흑자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3분기까지 18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이 실적 반등을 넘어 한 단계 성장하려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강 대표가 연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등도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연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형 증권사(자기자본 4조원 이상)와 달리 중소형 증권사(자기자본 1조원 이상~4조원 미만) 대표들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여파로 실적이 부진한 곳이 있어서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한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와 전우종·정준호 SK증권 대표는 내년 3월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1300억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운용 손실 사태에 따라 임기가 남았음에도 사실상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