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면서 인수 가능한 국내 기업 수 적어져
올해 초 하림 컨소시엄 인수 무산 후 재매각 추진 중
매일일보 = 정경화 기자 | 국내 대형 해운사 HMM이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가운데 높아진 몸값으로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HMM의 시가총액은 16조4200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인수 후보군도 좁아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3분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848억원)의 2배가 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HMM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5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1828% 각각 증가했다.
재무건전성도 뛰어나다. 올해 누적 3분기 HMM의 자산은 총 29조6267억원으로, 이중 부채는 5조5490억원에 그쳤다.
남은 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 진입으로 전반적 시황 약세가 예상되나 HMM은 △2025년 얼라이언스 재편 및 신규 서비스 홍보 활동 지속 △미주 배터리 설비, 중동 석유화학, 가스 플랜트 등 특수화물 영업을 증대시켜 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HMM의 몸집이 커지면서 재매각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시총 16조가 넘어가는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의 관리체제에 놓인 이후 7년여 만에 올해 초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HMM은 2020년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본격적인 HMM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며,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현금성 자산 부족 등으로 지난 2월 인수가 결렬됐다. 당시 하림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6조4000억원이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은 각각 33.73%, 33.32%다. 모두 합하면 약 67%에 달한다. HMM은 내년 4월 중도상환 청구기일이 다가오는 제197회 영구채 7200억원을 남겨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HMM은 해외 매각이 안 되는 기업이고, 펀드 매각도 의미가 없다”며 “펀드 매각은 민간에게 기업을 매각해 정상화시키는 과정인데, HMM은 이미 기업 정상화가 충분히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기업이 HMM을 인수해야 하는데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HMM은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과 ‘프리미엄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2025년 2월부터 향후 5년간 협력을 지속한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북미항로 위주 운영이 예정돼 있으며, 시행 초기 우선 24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고 추후 서비스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미 연방해사위원회(FMC)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협약서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서 잠시 제동이 걸렸다. HMM 측은 FMC 요청에 따라 추가 자료 등을 준비해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