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탄핵정국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모든 정책이 올스톱 됐다.
어떤 분야의 정책이든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영속성이 중요한 정책 기본 속성을 감안해 잠시 동안의 리듬감 상실일지라도 여간 뼈아픈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로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과 묶어 ‘4+1’으로 추진하던 저출산 정책이 그렇다. ‘+1’으로 통하는 저출산 대책은 단순한 부록 개념이 아니다. 전제되지 않으면 4대 개혁도 완수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저출산 대책 완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예산이 허락되는 한 단순 현금성 지원까지 포함해 부동산과 노동정책 등 각종 사회정책들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모자이크 같은 것이다.
마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비상계엄 직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제고나 여성 경력 단절 비율 하락을 제시했다. 걸음마 단계이긴 해도, 기존 반복되던 단순 현금성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남은 것은 부동산과 지역 상생 발전 등으로 눈을 돌려 서민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물론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틀에서 보면 일부만 배불린 정부의 기존 부동산 정책 등은 실망감이 없지 않았다. 다만 금리나 환율 등 외부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록 장기 레이스가 예상되더라도 거대야당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면 됐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대안 마련의 당위성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요는 부동산이든 노동정책이든 탄핵정국을 맞았다고 해서 저출산과 관련된 부처들이 당장의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일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국상황을 떠나 저출산 대책은 백년지대계다. 한국처럼 물질적 풍요와 안전한 치안 등 사회시스템·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진 나라면 이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가까이로 우리보다 앞서 성장을 이룬 서방국가들이나 일본의 맞춤형 저출산 대응 시스템 등 교보재는 얼마든지 있다.
심지어 2000년 전의 로마제국도 다자녀 남성을 우선등용하고, 미혼여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등 저출산 문제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해 동서고금에 없는 수백년의 번영을 누렸다.
저출산위가 대통령 직속기구이긴 하지만 현재는 전권을 위임받은 한덕수 총리가 얼마든지 사인을 할 수 있다. 이는 저출산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불통’으로 알려졌던 윤 대통령이 없는 지금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거대야당도 이런 때 일수록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백년지대계인 저출산 문제에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