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국회 입법 활동…‘민생’보다 중요히 꼭 지키려는 것 뭘까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4일로 어느덧 152일째를 맞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참사 직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논의’는 계속해서 산으로만 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마치 야당이 산적한 민생입법을 볼모로 세월호특별법 관련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외면함으로써 민생입법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여당 스스로이다.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요구하면서 목숨을 건 단식을 했음에도 국회 과반 의석의 막강한 힘을 가진 여당에서는 ‘사법체계 근간이 흔들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거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특히 야당이나 유가족과의 협상 자리에서 마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건드릴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아무도 관심 없던 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정치이슈로 처음 제기한 것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을 모른다는)이었다.
이를 선정적으로 포장해 처음 공개석상에 유포시킨 것은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한 보수일간지의 기명칼럼이었는데, 그 내용에 대해 국내 언론 매체 종사자들은 눈살만 한번씩 찌푸리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를 일본의 극우성향 일간지가 인용보도했고, 이에 청와대가 최초보도 매체는 놔두고 생뚱맞게 일본 일간지에 대해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갑자기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가 마치 박 대통령의 사생활 때문인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당일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여당이 일제히 “대통령을 흠집내려는 막말성 발언”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그 모양새가 이상하다.
세간에 이미 파다하게 관련 소문이 나있는 것은 물론 국내외 주요매체들이 관련 의혹에 대해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소문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야당 중진 의원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있으며 대한민국 모든 변호사들이 가입하는 대한변호사협회(약칭 변협)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유가족 안에 대한 여당의 ‘사법체계근간이 흔들린다’는 입장을 놓고 ‘사실무근’의 틀린 주장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여당의 수상한 행보는 하나의 매듭으로 엮어진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누군가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이가 정부여당으로 하여금 유가족의 특별법안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니 생뚱맞게 박 대통령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생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