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급증하자 국내 유통업체들이 ‘역직구’로 맞서고 있다.
외국 온라인 몰 등을 통한 국내 소비자들의 직구가 증가하는 만큼 국내 오픈마켓과 유통업체들도 외국의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정면 대응하는 것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픈마켓 가운데 가장 먼저 역직구에 관심을 쏟은 곳은 G마켓이다. G마켓은 2006년 10월 영문샵을 열고 영문서비스와 해외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해 9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외국 고객이 점차 늘자 G마켓은 영문샵을 대대적으로 개편, 10월에는 중국인들을 겨냥한 중문샵도 열었다.
이는 영문샵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중화권 고객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들어 10월까지 G마켓 글로벌샵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이 6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러시아와 대만도 각각 10%나 됐다. 호주와 우크라이나도 각각 3%를 차지했다.
화장품과 향수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이어 여성·영캐주얼 의류, 가방·패션 잡화, 바디·헤어, 유아동 의류 등의 순이었다.
오대영 G마켓 글로벌샵팀장은 “우수한 품질의 국내 화장품이나 의류를 비롯해 최근엔 유아용품까지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가 운영하는 영문11번가도 올 1~1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나 늘었다.
중국인이 35%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18%), 호주(17%), 캐나다(15%) 등의 순이었다.
11번가측은 중국과 홍콩 등이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배송비가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인터파크도 지난달 역직구 고객을 위한 글로벌 쇼핑 사이트를 개설했다. 한국 상품에 관심이 많은 중국, 동남아, 북미 지역 소비자를 위해 중문과 영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 뷰티, 식품, 디지털 제품 등 600만여 종을 판매한다.
오픈마켓 뿐 아니라 최근에는 홈쇼핑, 백화점 업체에서도 역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B2C 사이트 ‘텐마오’ 국제관과 동방CJ 온라인몰에 각각 ‘CJ몰 중문관’을 개설했다.
텐마오 국제관에 유아동, 이미용, 패션 등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국 상품군과 한국 CJ오쇼핑의 인기상품을 1000개가량 입점 시킨 뒤 판매 상황을 지켜보면서 취급 상품 수를 1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현대H몰은 이달 들어 백화점 상품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글로벌관’을 개설했다. 글로벌관에서는 설화수, 헤라, 비오템, 덱케, 헤지스 등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50여개 브랜드 제품을 포함해 상품 1만5000여종을 선보인다.
백화점 상품을 외국에 파는 것은 국내 온라인몰 업계에선 처음이다. 현대H몰은 중국인 고객을 겨냥해 결제 화면에서 관세를 미리 내는 ‘관세 선납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런 업계의 노력으로 직구의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직구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직구 규모는 7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 증가했고, 역직구도 134억원으로 23.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