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노조 모두 스스로 노력해 경쟁력 확보해야
[매일일보] 정당한 논의과정 아예 무시…집단 이기주의 팽배
경쟁력 없는 퇴출 마땅기업들 공적투입으로 연명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통상임금 협상 난항, 쌍용자동차 해고자복직 노조원 타워농성,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하나·외환 통합 노조 반대.
지금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단어들. 한국 경제계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용불안이 노사 갈등의 불씨로 나타나면서 기업들은 ‘첩첩산중’에 빠져들고 있다.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012년 7월 “한국의 다음 국가 모델은?‘ 조사 결과 ’독일‘이 25.0%로 G8 국가 중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로 꼽혔다. 미국이 16.5%로 2위를 캐나다 11.8%와 일본 8.3%, 프랑스 7.2% 순으로 나타났다.한국과 독일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후 분단된 국가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경제강국, 특히 수출 강국을 이룩한 나라들이다.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이 이상적인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짚어볼 때 독일의 수많은 사례 중 ‘독일은 망하는 기업을 돕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사회보장제도가 발전해도 경쟁력 없는 기업은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만큼 자유경쟁 원칙을 강조한다.1980년대 당시 신문사에 CTS, 즉 컴퓨터에 의한 자동조판 및 자동인쇄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수많은 단순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신문사로선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영합리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독일 정치권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직접 언론지원금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05년 신문지원법을 통과시켜 신문사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사양 산업에 종사하던 실업자들이 빨리 전직하는 것이 국가 전체 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양길에 들어선 산업을 섣불리 보호했다가 정말 필요한 부문에 대한 인재와 자금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직접 보호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책과는 차이점을 보이는 대목이다.
독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이 전국을 종횡으로 연결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도 독일 대통령과 함께 본에서 쾰른까지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결심했다고 한다.
독일의 고속도로 총 길이는 1만2594km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핸들을 잡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독일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속도 무제한, 물론 사고 위험이 있는 구간에는 속도 제한을 두고 있다.
독일 고속도로 1번과 3번은 뮌헨에서 함부르크까지 가는 동맥과 같은 심장부 고속도로다. 한국으로 치면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할 수 있다. 왕복 3차선 도는 4차선이다. 가장 왼쪽 차선이 거의 속도는 무제한이다. 달리다가 뒤에서 포르세가 쫒아오면 옆 차선으로 비켜준다. 이는 상식이다.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에서도 질서와 양식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연맹에 해당하는 ADAC는 운전사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빠르면 빠를수록 위협은 커지지만 이를 판단하고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운전사 자신이며 경찰이나 관청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속도의 자유’가 독일 교통규칙의 진면목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이 없으면 도산하는 것과 같다. 독일에서는 기업이 응석을 부리는 것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기업 스스로 책임을 진다. 과속이든 부주의든 자동차 사고를 내고 핑계대서는 안 되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한국은 도산을 해도 은행이나 정부에 요청하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그래서 농업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에 대해서도 걸핏하면 공적 투입이 언론에 거론된다.
과거 마르크와 현재 유로화의 고환율과 유럽 공동체 시장의 자유화는 전통적인 공업과 유통, 그리고 농어업 부문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재편성된 독일 산업계는 장기적인 안정을 견디는 체질을 획득했다.
최고의 도로 시설에서 세계 최고의 속도로 달리듯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안정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해야 성장할 수 있다. 자기실현의 진면목이다. 독일은 이렇게 강한 산업 기반과 체질을 만들어가고 있다.독일 노조는 투쟁만 일삼지 않는다. 오히려 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연합에 해당하는 독일노조총연맹(DGB)은 저축은행을 운영하고 조합원의 재산 조성을 돕는가 하면 여행사 운용을 통해 노조원의 여름 휴가 여행을 알선하기도 한다. 한때는 ‘하이마트’(Heimat)라는 아파트를 건설해 노동자들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그만큼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경영을 알아야 사주와 마주앉아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노조는 단순히 직업 훈련만을 실시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직종의 교육을 먼저 실시한다. 그래서 독일 노조는 세계에서 파업을 가장 적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경영방식과 트렌드를 익혀 노동자의 복지와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기업이나 노조가 떼를 쓰지 않는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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