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 출국길에 오르게 된다. 박 대통령 순방길을 하루 안둔 15일 ‘성완종 파문'을 헤쳐나 갈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공개한 '금품전달 리스트'로 인한 파문은 허태열·김기춘 두 명의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인사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 이어 국정 2인자인 이완구 국무총리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남긴 메모에 구체적 금품 액수는 없이 이름만 거명됐지만, 이후 지난 2013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육성 폭로가 공개됐다. 이어 구체적인 돈 전달 정황에 대한 증언까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태를 자신을 향한 수사를 정권 차원의 기획 사정이라 여긴 성 전 회장의 '보복성 주장'으로 치부하기에는 여권에는 갈수록 불리한 쪽으로 꼬이고 있고, 자칫하면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총리의 사퇴론까지 확산되는 상황은 박 대통령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 총리가 전날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결백을 강조했지만 이날 정치권에서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이 총리의 자진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현재로선 적어도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기간(16∼27일)에는 이 총리가 현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외국 출장을 앞두고 총리가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그래선 안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기류는 아직은 주장과 의혹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조금이라도 드러나야 총리 거취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 총리가 현 시점에서 자진사퇴할 경우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순방 기간 이 총리가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한 핵심 인사는 "총리가 당당하면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하며 자신의 측근에 대한 희생까지 감수하며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순방 출국 전 이번 사태에 대한 추가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사흘 전 메시지와 같은 기조이지만 조금 더 단호하게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강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정치권의 '마당발'로 통했던 성 전 회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과 친분을 유지하려 애쓴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 온 비리척결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 확대를 주문할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