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는 8일 중견 건설업체인 ㈜부영 이중근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이혜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비자금 규모도 영장에 기재된 270억원보다 훨씬 커질 여지가 있는데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 회장에 대해 재청구된 영장의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96년부터 2001년 사이 협력업체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270억원 상당의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 150여 개 차명계좌에 입금 관리하고, 74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다.
검찰은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270억원을 포함, 모두 1천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98년부터 2000년까지 회사에 납입한 유상증자대금 695억원 중 650억여원을 비자금으로 마련했다는 부영 자금담당 장모 사장의 진술을 확보한데 이어 최근 이 회장으로부터 580억원 상당의 채권을 임의제출받아 출처를 캐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이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피의자가 조성한 비자금이 1천200억원 가량 되지 않느냐"고 추궁한 뒤 "피의자 주장대로 본인 돈 300억원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비자금 규모는 800억∼900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검찰의 신문 내용을 일부 부인하면서 "채권 580억원은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비자금 중 상당액을 대선때 여야 정치권에 제공한 것은 물론 `국민의 정부' 시절 여권 실세에게 상당 금액의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아직까지는 이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건넨 구체적 단서가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