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곽호성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의 한국 관광 예약이 크게 줄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분명한 해외여행객 안전대책을 세우고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한국방문상품 예약 취소인원이 7000여명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국, 대만, 홍콩의 관광객이다. 한국 여행 성수기인 7월부터 8월까지 ‘요우커’들의 국내 호텔 예약 건수도 평년과 비교해 80% 떨어졌다.
백화점과 극장가, 놀이공원 등도 메르스 여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5일부터 7일 사이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줄었다. 6월 들어서는 9.9%(1∼7일)매출이 떨어졌다.
메르스로 인한 요우커의 한국 관광 기피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지난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발병 시 홍콩이 취했던 대응책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콩 정부는 사스가 맹위를 떨칠 때 호텔과 상점, 식당을 대상으로 저금리 또는 무이자로 은행대출을 해주고 세금을 인하해주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사스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려 했다. 홍콩 정부의 노력으로 중국은 당시 있었던 예약된 관광단만 홍콩 방문을 할 수 있는 제도인 여행제한을 철폐했고 최초로 장기 체류를 허락했다.
등친화 홍콩 행정자치장관은 사스에서 벗어나자 세계적으로 홍콩을 홍보하기 위해 1억2820만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홍콩관광협회는 세계적 홍보대행사인 풋콘앤벨딩 등 4곳에 홍보대행을 의뢰했다.
홍콩이 사스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홍보에 나서면서 교훈으로 생각했던 사건은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1982년 미국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생기자 타이레놀의 제조사인 존슨앤존슨은 원인이 파악될 때까지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강력한 홍보활동을 벌였다.
조사 결과 제3자가 독극물을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존슨앤존슨은 1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존슨앤존슨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소비자 안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이레놀은 본래 32%의 시장점유율에서 사건 발생 이후 6.5%로 추락했던 시장점유율을 6개월만에 되찾는데 성공했다.
관광업계에서는 중국 관광객 대상 홍보 시 초점을 메르스에 강한 20대부터 30대까지 젊은이들 중심으로 맞추고 오는 7월 여름 휴가철에 맞춰 대대적인 국가적 쇼핑 이벤트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핀테크 붐에 따라 알리페이, 인롄카드 등과 같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결제 시스템 설치를 강화해 관광객들의 편의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홍보전문가들은 메르스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확실한 해외 여행객 안전대책을 세워 실천하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세계에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부사장은 “제주도와 같은 메르스 청정지역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위기가 곧 기회라는 컨셉으로 한국의 해외여행객 안전대책을 실천하는 모습을 세계에 널리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