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재 나아가는 방향, 그리스와 비슷한 궤적
[매일일보 이상준 기자]그리스 정부가 29일(현지시간) 자본통제 법령을 발표했다. 법령에 따라 그리스 은행은 이날부터 오는 7월 6일까지 폐쇄된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통한 현금 인출액은 일인당 하루 60유로로 제한된다.그리스는 30일(현지시간) 15억 유로에 달하는 IMF 채무상환을 앞두고 있다. 뾰족한 상환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를 시작으로 한 ‘그렉시트’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에 세계 금융시장도 그리스발(發) 악재에 조정을 받을 전망이다.대한민국도 혹시 우리 가죽옷의 털만 아끼려다 털이 붙어 있어야 할 가죽이 닳아 없어지는 꼴을 당할 수 있다. 가죽이 없는데 털이 어디에 붙어 있을 수 있는가(皮之不存, 毛將焉附). 재정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고, 민심이 돌아선 정치는 정치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세심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잘못하면 복지 포퓰리즘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불러온 유럽의 몇몇 국가처럼 한국 역시 털만 남아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불러오고 만다.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황에 있는 그리스가 던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2001년 유로존에 가입한 그리스는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고 대규모로 지역을 개발함으로써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2004~2008년 연평균 성장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인 3.8%에 달했다. 하지만 양대 정당인 파속당과 신민주당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권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서 경제위기가 닥쳤다. 2009년 경제성장률은 -2%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4.5%로 더 나빠졌다.재정위기 이전 그리스는 60세 이전의 은퇴자에게 퇴직 전 5년간 월급의 80%를 연금으로 주었는데 연금보험료는 월급의 25% 미만을 내면 되었다. 독일에서 월급의 42%를 연금보험료로 내고 평생 월급의 45%를 연금으로 받는 데 비하면 지상천국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그리스의 의료복지와 연금이 그리스 재정위기를 가져온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