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최근 디플레이션 논란이 제기될 만큼 저물가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 같은 저물가 상황은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 글로벌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30일 발표한 인플레이션보고서에서 최근 한국경제의 낮은 물가 상승률 추세가 일시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인플레 동학의 변화를 통화정책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닉인자모형(UC), 동태요인모형(DFM), VAR모형 등의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2000년대 3% 내외에서 움직였으나 2011년∼2012년 이후 엔 평균 2% 내외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령화에 따른 수요기반 약화, 글로벌화 진전, 유통구조의 혁신에 따른 국내외 경쟁 확대 등으로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됐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5년 평균 자료를 이용한 추정결과를 보면 인구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인플레가 하락했고 무역개방도의 상승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최근 우리 경제의 저 인플레가 일시적인 공급 충격의 영향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에도 기인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런 인플레이션 동학(動學·Inflation Dynamics)의 구조변화를 물가안정목표 설정과 통화정책 운영 시 어떻게 감안할 것인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또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상승률이 괴리를 보이는 것은 소비자가 가격상승에 민감한 반면 하락엔 둔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나타난 일반인의 물가인식 수준은 지난달 2.5%로 소비자물가상승률(0.7%)의 4배를 넘었다.
한은은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물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에 착안해 통계청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 등으로 산출하는 생활물가지수를 분석했다. 하지만 생활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신선식품지수도 소비자물가보다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대신 독일 통계청처럼 품목별로 가격 상승과 하락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해 체감물가지수(IPI)를 산출해보니 체감물가의 상승률이 일반인 물가인식 수준에 근접했다.
한은은 이를 근거로 소비자들이 가격인식에 비대칭적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체감물가와 실제 물가상승률이 괴리를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런 심리행태적 요인 외에 소비패턴의 차이도 체감물가 괴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가구의 소비품목이나 품목별 지출비중 등 소비패턴이 전체 가구 평균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올해 담뱃값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냈지만 가구별로는 흡연 여부나 흡연량에 따라 체감도가 다를 수 있다.
한은은 지역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차이를 통해서도 소비패턴에 따른 물가상승률의 차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