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2015년 국감이 시작됐다. 올해 국감에 앞서 롯데 사태로 재벌 기업들에 대한 지배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만큼, 국감에서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는 메르스 사태, 노동 개혁, 재벌 개혁,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등의 쟁점에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재벌 개혁 문제는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발단이 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총수일가가 2.41%에 불과한 지분율로 80여개 계열사를 지배해온 것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또한 80여개 계열사가 일본 지주회사를 지배를 받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울러 이사회 등을 통해 적법한 의사결정으로 경영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총수일가의 뜻대로 밀실 경영을 해왔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면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커진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삼성그룹과 엘리엇의 공방전도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달 10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호출자금지 대상인 대기업 계열회사에 외국 법인을 포함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날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대기업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같은 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달 18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는 국감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의 ‘노동개혁’ 촉구도 되려 재계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재계가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연공급제 타파·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개혁을 주장하자 노동계가 재벌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선 것.
정치권에서도 재벌개혁을 거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 데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4대 개혁에는 재벌개혁이 포함돼야 마땅하다”며 “여야가 함께 이번 정기국회 내에 성과를 내자”며 재벌개혁에 같은 뜻임을 보였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이번 국감을 이후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재벌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됐지만, 삼성, 현대차, SK 등이 잇달아 사업재편을 하며 법망을 피해왔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그룹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이기 때문에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일감 몰아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47곳이 규제대상서 최종 제외돼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국감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재벌기업들의 규제 장치를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국감 이후 강력해진 규제에 대기업들이 계열사 구조조정 등 합종연횡 전략을 적극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기업들은 기업 합병, 오너일가 지분 매각, 계열사 제외 등이 최근 2년새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은 규제 대상 기업이 12개에서 5개로 줄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감 이후 대기업들이 어려워진 경영환경 등을 이유로 계열사 구조조정 등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