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PP 참여 움직임 빨라질 듯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육박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5일(현지시간) 타결되면서 이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역장벽 철폐를 통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는 지난 2005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 사이에 체결됐다. 여기에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까지 총 12개국이 TPP 확대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들 국가의 경제 규모를 더하면 세계 전체의 약 40%에 이를 정도다. TPP는 12개 참가국이 2년 이내에 의회 승인 등 국내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GDP 합계가 85% 이상을 차지하는 6개국이 합의하면 관세 철폐 등의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한국도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껏 TPP가 아닌 양자 간 FTA 체결에 집중해왔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시장을 선점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시장을 개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석유·화학·전자·기계 등 우리와 주력분야가 겹치는 일본이 TPP 회원국 내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워간다면 한국의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TPP 참여 시 협정 발효 10년 후 실질 GDP가 1.7∼1.8% 증가하지만, 불참 시에는 0.1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TPP 참여 시 연간 2억∼3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예상되지만, 불참 시에는 제조업분야에서만 1억 달러 이상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TPP 타결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가입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력을 따져본 뒤 협상 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TPP가 타결된 데 대해 “공청회 등 통상 절차를 거쳐 TPP 참여 여부와 시점을 결정토록 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메가 FTA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TPP로 우리 경제가 입을 타격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해야겠지만 누적 원산지 규정이 포함돼 있어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국무역협회도 정부에 대해 조속한 TPP 가입을 촉구한 상태다.
증권업계는 한국이 TPP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며 TPP 협상 타결의 영향이 내년 상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12개국 협상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에 이후 TPP 참여 여부에 따라 영향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면 협정 발효 후 향후 10년간 실질 GDP가 2.5∼2.6%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TPP 체결에도 당장 미국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PP 타결의 실질적인 영향은 미국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이라며 “TPP에서 한국이 배제되면서 미국시장에서 대일(對日) 가격 경쟁력에 부담이 생긴 것은 맞지만, 당장 한국 수출경쟁력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