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에서 과체중(비만 포함) 아동·청소년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남자 아동·청소년의 과체중 비율이 여자의 2배 가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남녀 격차를 보였다.
10일 OECD의 최신 건강 보고서(Health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남자 아동·청소년(만 5∼17세)의 과체중 비율은 26.4%로, 여자 14.1%에 비해 거의 2배에 육박했다.
조사 시기와 연령대, 측정 기준이 나라마다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OECD 조사대상 33개 회원국 평균은 남자 24.3%, 여자 22.1%로 2.2% 포인트, 1.1배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한국보다 격차가 큰 나라는 폴란드(2.5배 차이) 외에는 없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러시아, 캐나다, 호주, 칠레 등은 남녀 차이가 미미했다. 뉴질랜드는 남녀 과체중(비만 포함) 비율이 34.0%로 같았고 영국은 여자(36.3%)가 남자(35.6%)보다 과체중·비만율이 높았다.
한국의 성별 과체중·비만 비율의 차이가 현격하게 큰 것은 여자 아이들이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강하기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남녀 차이가 뚜렷한데, 사회적인 압력 차이 때문”이라면서 “여자 아이들은 살을 빼라는 압력을 많이 받고 남자 아이는 덜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남녀 모두 과체중이나 비만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남녀 격차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OECD의 최신 보고서에서는 한국 아동·청소년 과체중·비만 비율의 남녀 차이가 12.3% 포인트였지만 2011년 보고서에서는 남자(16.2%)와 여자(9.9%) 차이가 6.3% 포인트에 머물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비만연구TF의 김민정 선임연구원은 “여자 아이들이 체형에 대해 민감하다”면서 “남자 아이들의 비만 증가율이 높지만, 여자 아이들의 비만율 증가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라고 말했다.
한국 아동·청소년의 과체중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성인 비만율은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13년 기준 한국 성인 비만율은 4.7%로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일본(3.7%) 다음으로 낮았다. 그다음으로는 인도(5.0%), 인도네시아(5.7%), 중국(7.0%), 노르웨이(10.0%) 등의 순이었다.
반면 미국, 멕시코 등은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율은 미국이 35.3%로 가장 높았고 멕시코 32.4%, 뉴질랜드 30.6% 등의 순이었다. OECD 평균 비만율은 19.0%였다.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2005년 3.5%, 2009년 3.8%, 2013년 4.7%로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OECD 회원국의 비만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OECD 보고서에서 “많은 나라에서 1980년대 이후 비만율이 2∼3배 수준으로 뛰었다”면서 “절반이 넘는 회원국에서 50% 이상의 인구가 과체중”이라고 우려했다.
OECD는 비만이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면서 비만이 심각한 이들은 체중이 정상인 사람들보다 8∼10년 일찍 죽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