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서영상 기자] 최근 3년간 신흥국에 유입된 펀드자금의 60% 가량이 이미 빠져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중국경제의 부진도 예상돼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많은 신흥국들의 과도한 부채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신흥국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켜 한동안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작년 12월 23일 기준으로 2015년 한 해 신흥국 펀드에서 모두 992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4일 국제금융센터는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12년까지 신흥국 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이 2657억달러라는 점에서 금융위기 이후 유입된 자금의 58.4%가량이 신흥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계산됐다.
이러한 자금유출은 미국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의장이 5월 연내 양적완화 축소 정책을 시사한 2013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 암시로 신흥국 증시가 급락했고 통화가치는 크게 추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2013년 신흥국 펀드에서 순유출된 금액은 주식형 159억달러, 채권형 150억달러로 모두 309억달러에 달했다.
당시에는 주식형과 채권형에서 모두 고르게 유출세가 나타났다.
작년의 경우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주식형 펀드 유출세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2013년은 미국의 '테이퍼 텐트럼' 때문에 신흥국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환수하기 시작했다”며 “작년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경기 둔화 우려가 있어 유출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신흥시장을 흔들었던 미국발 긴축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이 작년 12월에 9년 만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일단 해소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신흥국에서 펀드 유출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유입된 펀드의 60% 가량이 이미 신흥국을 빠져나간 점도 추가적인 자금 유출 압박을 낮추는 원인이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작년 미국의 금리인상 전에 많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출될 자금은 상당부문 이미 유출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 등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신흥국의 자금 유출세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서 연구원은 유출세가 진정되더라도 “올해 신흥국 경제가 계속 둔화하고, 미국이 서너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자원 취약국에 비해서는 유출세는 덜할 전망이다.
서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발 리스크도 있지만, 최근 신용등급이 올라 자금 유출과 유입 요인이 모두 상존 한다”며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