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개인적으로 최루탄이 난무하던 80년대 정말 목이 터져라 많이 불렀던 노래다.
당시 행진곡풍의 이 노래를 부르면 오월광주와 5·18항쟁 희생자들에 대해서 조금은 덜 미안해지는 아련한 기억이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국가보훈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공연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심한 부침을 거듭 해왔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는 당연히 대표적인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8년까지 근 11년간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은 당당히 정부 주도의 기념행사에서 합창단과 추모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르는 제창가가 됐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자주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 직후 당선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특히 2004년 5월18일 제24주년 5·18기념식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은 악보를 보지 않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씩씩한 행진곡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난 왠지 부르면 부를수록 슬퍼지는 곡”이라고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더 이상 부르지 못하게 한 주인공은 MB다.
MB는 집권 2년차가 되던 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방송사 생중계 전 부르는 식전 노래로 전락시켰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대신 태극기를 흔드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광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되신 모든 영령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분명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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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은 알겠지요...기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