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산업계가 기술 유출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언뜻 첩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데, 실제 발생하는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산업기술의 유출’이란 기업의 핵심 기술 정보나 노하우를 몰래 빼돌려 팔아먹는 매국노적 중범죄 행위다. 그럼에도 기업 입장에서는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난처하다. 직원 등에 대한 관리 부재를 자인하는 셈이니 어느 정도 이해 할만도 하다.
현대·기아차도 기밀 유출 사건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협력업체 직원 조모씨 등은 2년 전 중국 자동차 회사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파견 업무를 하던 중 회사 내부망을 통해 프라이드와 산타페 등의 설계도면 71건을 내려 받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7일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빼돌린 영업비밀은 지금도 차량생산에 이용되고 있는 가치 있는 것”이라며 “이들의 행위로 결국 영업비밀이 중국 차량 설계에 활용되기에 이르러 죄가 무겁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산업스파이의 적발 건수는 총 438건에 달했다.
기술유출에 따른 예상 피해액만 연평균 50조원. 이는 4700여개 중소기업의 연평균 매출액(107억원·2013년 기준)에 버금가는 액수다.
산업기술 유출로 인해 입는 피해는 몇 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보유기술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부도까지 맞는 실정에 처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산업기술 유출은 기업체 및 국가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범죄임에도 정치권의 작태는 절로 한숨이 나오게 만든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입장에 서서 반대하는 세력은 ‘매국노’이고, 찬성하는 자는 ‘애국자’가 된다.
‘매국 대 애국’ ‘종북 대 안보’ 등 흑백 이념 싸움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마치 코흘리개 적 시골 장터에서 본 투계(鬪鷄) 같다.
매국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주권이나 이권을 다른 나라에 팔아먹는 것’을 일컫는데, 사드 배치를 놓고 서로 입장만 다를 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찌 다를 수 있겠는가.
따라서 지금 우리는 무엇이 진짜 매국 행위인 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권이 이념 싸움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 하고 있는 이때 그나마 경찰청과 특허청 등 일부 기관들이 산업계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려고 나선 데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근 경찰청은 중소기업의 산업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 등을 엄중히 다루기 위해 전국 8개 지방청 내 전문수사팀을 신설키로 했다. 특허청도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표준서식 활용가이드’를 발간해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속앓이만 해왔던 기업들도 직원 관리 시스템과 특허 강화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만이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