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지 약 5년 반 만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막연히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거라 믿었다”며 “심지어 제품 라벨에 ‘인체 안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표시까지 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이어 “회사 제품의 라벨 표시 내용을 신뢰하고 살균제를 구입해 사용한 수백여 명의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 곤란 등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며 “피해자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 아동) 부모들은 사상의 결과가 본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균제를 구매, 사용해 가족을 사상하게 했다고 자책하면서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살균제 출시 전후 안전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비극적인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의 의무 위반 혐의를 받았던 존 리 전 대표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할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씨와 조모씨는 각각 징역 7년을, 선임연구원이었던 최모씨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옥시 법인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을 포함해 총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는 징역 7년, 업체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더불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에게는 금고 4년, PHMG 원료 중간 도매상 CDI 대표 이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지난 2000년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들은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면서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 73명을 포함한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