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한중 통화 스와프 협정이 10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만료됐다.
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만기일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연장 또는 재체결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일각에선 중국 최고 지도부의 판단만 남은 가운데 위안화 위상과 직결되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국이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2009년 4월 유동성 지원과 교역 촉진을 위해 중국과 260억 달러 상당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이후 2011년 규모를 560억으로 확대했고 2014년에는 만기를 3년 연장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따르면 현재 5개국과 맺은 전체 양자 통화 스와프 규모 838억달러 중 중국과 맺은 통화 스와프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과 중국의 금융당국 실무자는 전일 협정 연장 여부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관련 협의 진전 상황 언급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연장 협의는) 아직 모든 게 완결되지 않았고 오늘도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협의 중에 있어 지금은 (진행상황을 밝히기) 어렵고 시기가 되면 정확히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은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예정된 18일 이후 연장 논의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통화 스와프 협정 연장을 두고 양국 실무진간 협상은 지난 수개월에 걸쳐 사실상 마무리되고 중국 당 최고 지도부의 결단만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연장 관련해 양국 실무진이 협상을 계속하고 있어 실질적인 협정 종료는 아니며 만기 이후에 다시 연장할 경우 통화스와프 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일 “협의를 하다보면 만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기존의 협정이 만료되기 전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오늘이 만기이기 때문에 꼭 어떻게 돼야 되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와의 통화스와프도 만료 이후 올 1월이 돼서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만기 이후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새로 체결한 전례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지난해 10월 만료일이 도래한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에만 합의한 채 세부조건을 1년째 조율 중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대국과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통화를 교환하는 협정이다.
중국 위안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직까지 미국 달러화나 일본의 엔화처럼 기축통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위기 발생 시 한·중 통화스와프로 확보한 위안화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이에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이 무산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이 단기적 영향은 있겠으나 급격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오히려 위안화 위상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중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중국 위안화가 국제 기축통화로 가고 있어 중국도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이 만기됨에 따라 양국이 2013년부터 실시해온 ‘무역결제 지원제도’에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 이 제도로 기업은 양국 간 무역결제에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사용되고 있는 위안화는 만기까지 기존 조건대로 쓸 수 있으나 향후 위안화 신규 대출은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