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국세청의 지난 7년간 50억 이상 조세행정소송 패소율이 1억 미만 소액소송보다 약 5.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세청에 제기된 50억원 이상 고액 행정소송 사건의 평균 패소율은 약 37.5%를 나타냈다. 반면 1억원 미만 사건의 평균 패소율은 약 6.9%에 불과해 소송금액이 높으면 패소율이 높은 양상을 보였다.
그는 이와 관련해 “고액소송 주체의 경우 대규모 로펌에서 조세소송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선임해 조력을 받아, 이에 비해 전문가의 선임이 어려운 소액소송 주체에 비해 승소율이 높다”면서 "국세청은 고액이나 쟁점이 복잡한 소송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위해 임기제가 아닌 일반직 변호사를 대폭 채용하는 등 전문성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1억원 미만의 소액 조세소송에서는 10% 이하의 패소율을 보이는 반면, 50억원 이상 고액 소송에서는 패소율이 3분의 1에 달하는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세청이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는 불신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액 소송 패소율이 높은 점과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 소송일수록 국제·금융거래와 같이 쟁점이 복잡하고 선례없는 사건이 많아 전문가 사이에서도 법리해석 의견이 엇갈린다”며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과세를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소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1월에 서울지방국세청에 송무국을 신설했다. 또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 민간경력 변호사를 채용해 전국 지방국세청 송무담당 부서에 배치해 대응하고 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 71명의 국세청 변호사 중 53명이 임기제 형태로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4명은 개방형 직위로 전직 부장판사 등 전문성을 갖춘 고위급이고, 중간 관리자급으로는 조세소송 분야 경력 3년 이상의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외부 변호사도 선임하고 있으나 이들에게 맡기는 소송 역시 자체 인력이 담당하는 소송에 비해 어렵고 복잡해 패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변호사를 별도 선임해 대응한 경우가 자체 인력으로 조세소송에 임했을 때보다 패소율이 5~6배 가량 높았다.
